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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월 2일] 대주단 망령에 시달리는 건설업체

“이렇게 될 줄 알았습니다.” 중견건설업체 A사의 한 임원은 “정부의 ‘기만책’에 속았다”며 이같이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해 12월23일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건설업체 및 중소 조선업체에 대해 우선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며 “대주단에 가입 신청한 건설사들도 예외가 되지 않는다”고 밝힌 직후였다. A사는 지난해 12월 초 대주단에 가입 신청했다. 채권 만기일을 1년간 유예해주고 신규 대출을 알선해주는 등 각종 혜택에 혹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혜보다는 혹시나 정부에 ‘미운털’이 박히지나 않을까 두려웠다는 게 이 회사 관계자의 토로다. 하지만 정부가 직접 나서 가입을 재촉한 대주단은 결국 안전망이 되지 못했다. 대주단에 가입 신청하든 그렇지 않든 정부의 구조조정 대상 ‘살생부’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마찬가지가 됐기 때문이다. 물론 금융기관 등 민간이 주도한 ‘대주단 협약’이 구조조정에서 제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결국 직접 칼을 빼든 정부의 고충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또 이번 기회에 부실 건설사를 과감히 솎아 내 건설업계의 선진화를 이뤄야 한다는 시장(市場)의 주장 역시 꾸준히 제기돼왔다. 하지만 정부의 방침이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동안 애꿎은 중견건설업체들은 대주단 망령에 시달려야 했다. 대주단 가입 신청 리스트가 여기저기로 새어나가면서 대주단에 가입 신청 기업은 기업대로 은행의 경영간섭을 감내해야 했고 신청을 하지 않은 곳은 금융권의 만기 채권회수 압력에 쫓겨야 했다. 부실업체를 판가름하는 기준도 애매하다는 게 중견건설업체들의 하소연이다. 정부는 각 건설사별로 ▲주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의 건전성 여부 ▲미분양 아파트 현황을 퇴출 건설사 선정의 주요 척도로 삼겠다고 밝혔지만 이 기준이 어떻게 적용되느냐에 따라 업체별 명암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당초 입장과는 달리 직접 시장에 개입을 선언한 것은 그만큼 국내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시장은 물론 건설업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건설업계의 합리적인 구조조정을 위한 첫걸음이라는 것을 정부가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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