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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가 미래 먹거리다] <4> 금융계 신성장동력 '문화금융'

CT산업 가치 무궁무진… 담보대출 관행 벗고 '신금융' 개척을<br>전담 조직·인력 확대로 콘텐츠 발굴 안목 키우고<br>지원대상 평가·선정 땐 독창성·대중성 위주로



문화산업은 한번 터지면 폭발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하지만 이른바 대박을 터뜨리기까지 여정은 쉽지 않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투자자를 잡지 못하면 '대박 아이디어'는 서랍 속에서 먼지만 쌓인다. 산업 디자인과 관련된 회사를 운영하는 모 대표는 "미국에는 투자자와 기업 등이 수시로 만나는 사교모임이 있는데 오늘날의 페이스북도 그 자리에서 이뤄진 투자약정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아이디어와 투자자(금융)의 만남이 격의 없고 다양한 곳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콘텐츠 산업이 더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여전히 높은 금융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얘기다.

더욱이 문화콘텐츠 산업은 지식집약적이고 창조적인 기술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다. 금융이 문화콘텐츠 산업을 접할 때 여느 제조업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문화콘텐츠 산업은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하드웨어'와 그것을 운용하기 위해 탑재되는 '소프트웨어', 콘텐츠의 품질과 차별성을 장려하기 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개입되는 '아트웨어(artware)'가 합쳐진 개념이다. 그래서 문화콘텐츠 산업을 '문화(Culture)'와 '기술(Technology)'을 합친 CT산업으로 부른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산업을 이끄는 이들은 "제조업이 아닌 만큼 (금융지원에 앞서) 평가를 할 때 기준이 단순해서도, 또 과거와 같아서도 안 되는데 아직 CT를 보는 깊은 눈은 없다"고 지적했다. 평가방식도 바꾸고 문화콘텐츠 산업을 볼 줄 아는 금융 전문가들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금융계도 문화콘텐츠 산업의 위력에 눈을 떠 관련조직을 확대하고 인력을 육성하는 등 움직임이 활발하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문화콘텐츠 관련조직을 만드는 등 '문화금융'의 규모를 늘릴 예정"이라면서 "물론 아직도 지분투자 등 적극적인 문화금융의 수준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아직 문화금융의 토양은 척박하지만 전망은 밝다.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문화콘텐츠 산업 지원으로 담보 위주의 대출관행에서 벗어나 신금융시장 개척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경제의 혈관 금융, 문화콘텐츠로 눈 돌리다=금융은 인체로 비유하자면 경제의 혈관이다. 몸 구석구석까지 피가 흘러가도록 하듯 금융은 요소요소에 돈을 흐르게 한다. 특정 산업의 성장을 위해 정부 정책 못지 않게 금융의 역할이 중요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 1970년대 중화학공업, 1980년대 반도체와 자동차산업 등이 성장하는 데는 금융의 적극적인 지원이 한몫을 톡톡히 했다. 산업육성 초기에는 많은 자금이 필요한데 자금지원이 불규칙하거나 끊기면 이륙준비도 하기 전에 추락하기 십상이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비행기는 활주로에서 이륙해 안정적인 고도까지 진입할 때 가장 많은 연료를 소모한다. 돈이 필요한 산업도 마찬가지"라면서 "이륙단계의 금융지원이 기업들에는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화콘텐츠 산업도 마찬가지다. 초기에 안정적인 자금지원과 산업을 볼 줄 아는 안목이 요구된다. 금융계에서도 최근 문화콘텐츠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감지된다. 아직은 한계가 뚜렷하지만 '문화금융'이 점차 한 축을 맡을 정도로 성장해가고 있는 것이다. 실질적인 지원도 늘리고 있다. 산업은행은 최근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보유한 지식재산권(IP)에 투자하는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이 펀드는 우수한 특허를 캐피털콜(투자가 진행될 때마다 자금을 납입하는 방식)로 사들일 계획이다.

수출입은행도 문화콘텐츠 산업 진출에 활발하다. 오는 2016년까지 문화콘텐츠 분야에 1조원을 제공하고 글로벌 한류 선도기업 10개사를 육성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흥행수수료부 금융'과 'K팝 분야 해외공연 금융' 등 문화콘텐츠 산업과 관련된 새로운 금융기법도 최근 도입했다. 하나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은 드라마나 영화 제작을 지원하면서 점차 눈을 뜨고 있으며 카드업계는 인디뮤지션 발굴(현대카드)이나 셀렉트 공연(삼성카드) 등의 활동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금융, 문화콘텐츠 산업 평가할 '안목' 필요=문화체육관광부와 수은ㆍ우리ㆍ하나ㆍ기업은행 등이 함께 참여하는 '완성보증제도'는 그나마 해마다 지원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문화콘텐츠 산업 전체를 활성화하기에는 미흡하다.

무엇보다 문화산업을 바라보는 금융계의 시각은 여전히 불안하다. 문화콘텐츠의 사업성을 계량화해 평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미래의 흥행성을 담보로 자금을 지원하기에는 금융권이 부담해야 할 리스크도 너무 크다. 문화산업에 투자하는 정부운용 모태펀드 역시 전문가의 '감(感)'에 의존해 투자를 결정할 정도다. 시중은행 가운데 문화콘텐츠 지원에 적극적인 기업은행은 기술보증기금과 2년간의 연구로 융자 평가모형을 개발했지만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문화콘텐츠진흥원도 일본이나 미국 등 해외의 문화콘텐츠 평가모형을 몇 차례 들여와보려고 시도했지만 우리 특성에 맞지 않아 포기했다.

전문가들은 문화콘텐츠 산업을 재무제표로만 평가해서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2008년 '신한문화콘텐츠대출'을 내놓았다가 2년 만에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문화콘텐츠 기업들이 까다로운 보증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보증지원 횟수가 연간 10회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시중은행들의 완성보증 형태의 지원마저 제작사들 사이에서는 대출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불만이 흘러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연구팀의 백승혁 박사는 "문화콘텐츠 산업은 여신을 결정할 때 재무제표나 담보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아이템의 독창성이나 대중성 등을 주요 지표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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