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편의점협회가 추진했던 농산물 공동구매사업이 대부분의 업체가 불참을 선언함에 따라 난관에 빠졌다. 농산물 유통을 둘러싼 업체간 입장 차이와 아직 편의점에서의 미미한 농산물 매출 비중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가 그 원인으로 지적됐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협회가 농협중앙회로부터 소용량 과일과 채소 등 농산물을 공동 구매해 판매하는 사업에 GS25와 세븐일레븐과 바이더웨이, 미니스톱이 불참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11월부터 두달여간 주요 업체들의 수도권 점포 80여 곳에서 20여 농산품을 들여와 판매한 시범사업이 종료된 후 올해 본계약이 추진될 예정이었지만 보광훼미리마트를 제외한 모든 업체가 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따라 업체간 공동구매로 농산물 구매력을 늘린다는 당초의 사업취지는 크게 퇴색했다. 이는 이미 같은 그룹 계열사인 슈퍼마켓 체인을 통해 농산물을 공급받고 있는 주요 업체들의 경우 농협을 통한 공동구매가 크게 매력적이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현재 GS25와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는 각각 GS수퍼마켓과 롯데슈퍼와 동일한 물류센터에서 농산물을 들여오고 있다. 특히 GS25에서는 GS수퍼마켓의 MD(상품기획자)가 개발한 상품을 판매하는 등 유통 계열사간의 업무협력 비중이 높은 편인데 이런 이점을 이용해 이미 자체적으로 신선식품 구색을 늘린 특화점 GS25후레쉬를 지난해 말 기준 539곳이나 운영하는 중이다. 이 때문에 GS25는 당초 알려졌던 것과 달리 지난해 진행된 공동구매 시범사업에도 아예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GS25 관계자는 "다른 유통라인을 쓰는 것이 GS수퍼마켓의 농산물 공급망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 보다 비용이 더 든다"며 "오히려 공동구매사업에 참여하면 그간 쌓아온 관련 사업 노하우만 경쟁사에 알려주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세븐일레븐 역시 지난해부터 소진세 롯데슈퍼 대표가 세븐일레븐과 바이더웨이 대표를 겸임하는 만큼 두 그룹 계열사끼리 농산물 공동구매에 나서는 것이 더 낫다고 내부적으로 판단을 내린 상황이다. 슈퍼브랜드가 없는 미니스톱측 역시 "기존 거래처에서 농산물을 들여오던 비용이 오히려 농협 공동구매보다 더 쌌다"며 공동구매 사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편의점에서 농산물 매출이 미미하다는 점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취급하는 농산물은 매출 구성비가 매장당 5%에 불과하다"며 "아직은 일부 주택가 점포를 중심으로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내놓는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반면 훼미리마트는 업체 중 유일하게 농협과 함께하는 공동구매사업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이미 이 회사는 현재 판매중인 설 맞이 선물세트 상품 중 청과류 일부를 농협으로부터 공급받고 있으며 올해 농산물 유통과 관련한 사업 본계약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가격 이점 보다는 안정적인 거래선을 확보하고 고품질의 농협 제품을 들여온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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