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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교실] 상속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입력2003-01-15 00:00:00
수정
2003.01.15 00:00:00
권구찬 기자
상속ㆍ증여세 완전 포괄주의가 재계의 최우선 관심사항으로 부상했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완전 포괄주의는 헌법상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헌법상 근거를 만들어서라도 시행할 것”이라며 이 제도 도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시했다. 재정경제부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보고를 통해 “법률 자문결과 헌법을 고치지 않고 기존 상속ㆍ증여세 법만 손질해도 위헌시비가 없다”며 “연내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상속ㆍ증여세 완전 포괄주의는 세법에 과세대상으로 규정돼 있지 않지만 어떠한 형태의 증여나 상속에 대해서도 모두 과세하는 제도다. 이는 법에 규정된 것에 대해서만 세금을 물리는 열거주의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세법상 포괄주의를 채택하는 세목으로는 법인세가 대표적이다. 법인의 순자산이 늘어날 경우 순자산 증가의 원천이 무엇이든간에 과세하고 있다. 반대로 열거주의의 대표적인 세목이 소득세다. 이자와 배당ㆍ부동산임대ㆍ근로등 과세대상과 범위를 법으로 분명하게 정해 놓고 있다. 도둑이 훔쳐온 물건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열거주의인 소득세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상속ㆍ증여세 완전 포괄주의 도입 배경= 현행 상속ㆍ증여세법은 포괄주의와 열거주의의 절충인 `유형별 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세법에 열거된 과세 유형 또는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경제적 이익을 무상으로 이전 받는 경우에도 세금을 물리는 방식이다. 현행 세법은 상속ㆍ증여에 대한 과세 유형을 14가지로 정해 놓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0년 세법개정(2001년시행)을 통해 처음으로 `유형별 포괄주의`를 도입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재산을 무상으로 받는 경우인 일반적인 증여 외뿐 아니라 증여로 간주하는 `증여의제`에 자본거래유형을 포함시킨 것이다. 당시 반영된 증여의제 유형은
▲비상장주식의 상장차익
▲특정법인과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
▲전환사채의 인수
▲불균등 합병 등 7가지에 이른다.
이는 지난 97년 이건희 삼성회장의 장남 이재용씨가 삼성전자 전환사채(CB)를 인수한데 이어 99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변칙 증여 문제가 불거지자 세법 개정을 통해 자본거래분야에서 발생한 모든 이익에 대해서도 증여세를 부과할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예들 들어 재벌 2세가 아버지로부터 500억원을 증여 받은 자금으로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샀다고 치자. 종전에는 500억원에 대한 증여세만 과세됐지만 유형별 포괄주의가 도입됨에 따라 비상장주식이 상장됐을 때의 시세차익에 대해서도 증여세를 부과할 있게 됐다는 의미다. 정부는 지난해 또다시
▲명의신탁재산
▲토지의 무상사용
▲특수관계인들끼리의 주식 고ㆍ저가 양도 등 7가지 유형을 증여의제 유형에 추가했다.
그러나 14가지 유형만으로는 변칙 증여와 상속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한다. 실제로 유형별 포괄주의도 재벌가의 변칙 증여에 `뒷북 대응`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완전 포괄주의는 이처럼 신종 변칙 수법을 세법에 열거하지 않고도 포괄적으로 과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개념이다. 완전 포괄주의가 도입되면 상속ㆍ증여세 부과요건이 크게 강화돼 부유층의 변칙ㆍ탈법적인 상속ㆍ증여가 차단된다. 완전 포괄주의가 도입되더라도 적용 대상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재벌 정도쯤 돼야 해당되지 웬만한 고소득층으로는 현재의 유형별 포괄주의만으로도 변칙 상속ㆍ증여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게 조세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상속ㆍ증여세 완전 포괄주의는 단순히 탈루 세금을 줄인다는 소극적 의미보다는 재벌의 변칙적인 부와 경영권 세습을 막기 위한 견제장치로 기능하기 때문에 재벌개혁의 완성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위헌 시비등 부작용도 적지 않아= 완전 포괄주의는 상속과 증여의 행태에 구애받지 않고 세금을 부과할 수 있기 때문에 `조세정의와 공평 과세 실현 `에 적당하다. 또 소득재분배 효과도 있다. 그러나 모든 조세의 세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는 `조세법률주의`와 충돌하는 이중성을 안고 있다. 즉 위헌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일부 법조계와 조세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또 세무당국의 자의적 해석으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고, 심지어 조세저항에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세무당국 역시 과세기준이 모호해 징세행정에 혼란을 겪을 소지도 적지 않다. 정부는 이 때문에 조세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과 독일ㆍ일본 등 선진국 가운데 열거주의를 절충하고 있는 일본식 모델에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은 세법에 완전 포괄주의를 전제로 깔고 하위 법령에 구체적인 과세 유형을 담아 세무당국의 재량권 남용과 조세저항을 최소화하고 있다.
<권구찬기자 chan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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