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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대북 송전 유·무상제공 논란

손철 기자 <경제부>

“대북송전 비용은 (한반도) ‘평화 비용’을 고려해 북측과 협의해서 비용과 유ㆍ무상 등 지원 방식을 결정하겠다.” 지난 18일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의 이 같은 말이 보도되자 통일부가 발칵 뒤집혔다. 문장 가운데 ‘유’(有)라는 한글자가 사단의 주범이었다. 대북송전이라는 우리 측 ‘중대제안’에 ‘돈을 받고 전기를 주겠다는 유상’ 얘기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통일부가 산자부와 긴급 조율(?)에 나서 “무상 지원한다”는 말 대신 “유상지원을 고려한 바 없다”는 교묘한 문구를 공동발표문으로 내놓고 사태를 수습했다. 결국 중대제안의 가장 기본인 유ㆍ무상 여부를 명확히 하는 데 6일이 걸렸고 정부는 이 같은 혼선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장관의 기자회견에는 산자부 전력산업과장ㆍ에너지산업국장ㆍ자원정책실장 등 대북송전 실무 라인이 모두 배석했었다. 그러나 이날 해프닝이 시사하는 더 큰 문제는 대북송전에 대한 기본적 정보마저 감추려는 정부의 태도다. 이 장관의 말 실수는 1차적으로 “대북송전 비용의 범위와 지원 및 재원조달 방식” 등 기초정보조차 통일부가 밝히지 않은 것에서 비롯됐다. 기자들이 이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자 실무부처 수장으로서 이 장관은 애매하게 말을 돌리다 꺼내지 말았어야 할 말을 꺼낸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이 보도되자 여론의 반응은 격앙 그 자체다. 이를 보도한 본지 기사에 대한 누리꾼들의 덧글 1,000여건은 “또 정부에 속았다” “퍼줘봐야 소용없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한반도 평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일리 있는 지적도 대북송전에 관한 기본적인 궁금증조차 설명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려 한 정부에 대한 쏟아지는 비판에 묻혀버렸다. 중대제안이 북핵 문제 조기 해결에 디딤돌이 되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공동번영에 기여하려면 중대제안의 이행을 담보할 국민이 관련 정보를 상세하고 정확하게 아는 것이 먼저다. 정부가 감추려고만 들면 북한을 비롯, 미국ㆍ중국 등 주변국의 호응을 얻은 중대제안도 국민적 합의를 얻지 못해 남측에서 좌초되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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