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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바통 이은 차칼로토스 재무장관은

■ 벼랑끝에 선 그리스

겉은 온건하지만… 전임 '강남좌파'보다 더한 '골수좌파'

英 옥스퍼드 등 명문대 거친 엘리트… 유로존 양극화 비판해온 시리자 당원

교사시절 교육개혁운동 등 시위 주도… "빚 탕감 받을 15가지 방안있다" 장담


55년 전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얼마 후 부친을 따라 영국을 향해 도버해협을 건넜을 때만 해도 소년 유클리드 차칼로토스(오른쪽)는 자신의 핏줄인 조국 그리스의 운명을 손에 쥐게 되리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실제로 그는 거의 일생의 대부분을 영국에서 살았다고 유럽 방송매체 유로뉴스는 전했다. 옥스퍼드대와 서식스대, 세인트폴사립대 등 명문을 거치며 철저히 영국식 교육을 받았고 직업 학자로서의 길도 켄트대에서 연구원, 경제학 교수 생활을 하며 닦았다. 그의 그리스어조차도 영국식 엑센트가 강하게 섞여 있어 가끔 코믹하게 들릴 정도다.

영국 문화에 젖은 그리스계 네덜란드인이던 그가 6일(현지시간) 조국의 새 재무장관에 지명됐다. 그것도 국가부도의 벼랑 끝에 선 그리스를 구하기 위한 해외 채권단에 맞선 협상의 선봉으로 말이다. 지난주 말 단행한 국민투표에서 승리해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내건 국제채권단의 경제개혁 요구를 거부하라는 여론의 지지를 받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의표를 찌르며 던진 '승부수'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공격적이던 전임 야니스 바루파키스(왼쪽) 전 재정장관이 자신이 떠날 것을 원하는 채권단의 속내를 읽고 물러났다고 전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대신 온건한 스타일의 차칼로토스를 후임으로 앉힘으로써 채권단으로부터 3차 구제금융 협상을 이끌어내려 한다는 게 주요 외신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미래를 낙관하기는 이르다. 비록 외모나 성품이 전임자보다 온건하고 개방적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지만 그의 정치적 유전자는 전임보다 더한 강성이다. 재벌가 출신 자녀인 탓에 소위 '강남 좌파'라는 별명을 얻었던 바루파키스 전 장관 대신 엘리트 출신의 '골수 좌파'가 전면에 선 셈이다.

실제로 바루파키스 전 장관은 튀는 개성과 직설적인 화법과 달리 스스로 '자유주의 마르크시스트'라고 평가할 정도로 중도 좌파 내지는 개량사회주의적인 정치색채를 띠고 있었다. 그가 치프라스 정부에 입각한 것은 조기총선에서 급진좌파 성향의 시리자당이 승리했던 불과 6개월 전이었다. 그나마도 그는 시리자 당원이 아니다. 심지어 그는 10여 년 전 치프라스 총리의 정적인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전 총리의 사회당 당수 시절 경제자문으로 일한 경험도 있다.



반면 차칼로토스 장관은 진성 시리자(급진좌파 성향의 집권당파) 당원이다. 그는 10여년 전 그리스로 건너와 교육자로 활동하면서 교육개혁 등을 외치던 진보적 학생시위의 전면에 서기도 했다. 당시 교원노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던 그는 현실정치에 눈을 떠 2004년 시리자당에 입당해 금배지를 두 차례나 달았다.

무엇보다 그는 학자로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체제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가해온 전력을 지니고 있다. 유럽의 통합에는 찬성하지만 그 방식이 지나치게 자본주의에 경도돼 중심국과 주변국 간의 빈부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새 재무장관이 취임 후 던질 협상 카드는 무엇일까. 단연 그리스의 채무부담을 덜어내는 것이다. 그는 취임 직후 로이터와 가진 인터뷰에서 "(채권단이) 호의만 보여준다면 지금 당장 채무를 경감할 10~15가지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가 채무원금 감축을 의미하는 '부채 탕감(hair-cut)'이 아니라 '채무 경감(debt relief)'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은 협상의 유연성을 보여준 대목으로 보인다. 특히 그는 이 중 한 가지 방안으로 그리스가 유럽중앙은행(ECB)로부터 진 채무를 유럽의 구제금융기금인 유럽재정안정화메커니즘(ESM)이 인수해주는 방법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기존 채무 중 일부를 보다 상환조건이 좋은 구제금융으로 환승시키는 방안으로 보이는데 아예 과도한 경제긴축을 조건으로 받은 구제금융을 졸업하고 그리스의 경제성장에 연동시켜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으로 갈아타자는 전임자의 '부채 스와프' 해법과는 대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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