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이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 통화완화 정책을 펴겠다고 한 후 세계가 환율전쟁에 휩싸였다. 이에 따라 일본기업과 수출경쟁을 벌이는 전기ㆍ전자, 자동차 등 수출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보도에 따르면 헤지펀드의 전설 조지 소로스와 외국의 일부 대형 헤지펀드들이 최근 수개월간 일본 엔화약세에 배팅해 수십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엔저로 인한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의 손실을 마치 헤지펀드가 가져간 것 같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상황을 이용해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헤지펀드가 없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헤지펀드는 단기 차익의 극대화를 위해 높은 레버리지ㆍ공매도 등의 투자기법을 사용해 가격변동성을 심화시키기 때문에 금융시장의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특히 높은 자본의 이동성으로 금융위기를 글로벌화 시키기도 한다. 또 이렇게 해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은 부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킨다. 파운드화를 공격해 유럽통화체계(EMS)를 붕괴시킨 것도 지난 1998년 중반 아시아 국가들을 외환위기에 봉착하게 한 것도 바로 헤지펀드다. 지난해에는 외환위기로 이미 국가부도를 한 차례 맞았던 아르헨티나가 헤지펀드들의 탐욕으로 또다시 부도위기까지 가기도 했다.
원래 헤지펀드는 리스크 헤지라는 본연의 기능이 있어 시장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높은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헤지펀드가 국내경제와 금융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에 2011년 한국형 헤지펀드를 전격 도입했다. 돌이 갓 지난 한국형 헤지펀드가 뛸 수는 없겠지만 잘 걷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 많다. 무엇보다도 전문인력의 양성이 필요하다. 금융은 인력과 리스크 관리의 비즈니스라고 한다. 첨단 금융기법인 헤지펀드에서는 더욱 말할 것도 없다.
다음은 규제완화다. 헤지펀드는 전문가들에 의해 운용되는 투자기구로 규제가 없는 것이 특징이자 강점이다. 한국형 헤지펀드가 규제가 많은 헤지펀드로 잘못 인식되지 않도록 규제는 풀되 이에 따른 부작용은 사후 감독을 강화하면 될 것이다.
현행의 롱ㆍ숏 위주의 운용전략도 좀 더 다양화될 필요가 있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참여도 필수적이다. 아울러 헤지펀드에 필요한 자금과 증권을 빌려주는 역할을 하는 프라임브로커가 효과적인 지원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 개정도 조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지원이 있을 때 돌잡이 한국형 헤지펀드가 제대로 걸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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