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호 KB국민은행장이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영업"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이를 뒷받침할 직제 개편 및 후속 인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주주총회를 통해 임기 3년의 행장으로 공식 선임된 이 행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영업 시스템 구축은 영업 채널 정비와 맞물려 있다"며 "특히 직제개편으로 영업 채널 변화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고비용 구조의 국민은행을 효율적으로 바꾸기 위해 직제개편 등을 통해 조직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는 특히 "원칙적으로 내부전문가를 중용하겠지만 마땅한 내부전문가를 찾기 힘든 신설부서 같은 경우에는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논의를 거쳐 조만간 부행장 및 본부장 등에 대한 인사를 단행할 계획이다.
◇직제개편 통해 고효율 조직 탈바꿈=이 행장은 영업 시스템 구축의 핵심을 채널 정비로 보고 있다. 채널이 정비되면 직제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인적 구조조정을 배제한다고 공언한 만큼 조직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 향상과 비용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10그룹 15본부 61부 1실 체제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국민은행은 지난 2010년 13그룹을 10그룹으로 줄여 부행장 수가 10명이다. 자산 규모를 감안하면 많다고 보기는 어렵다. 신한의 경우 12명이다.
하지만 임 회장이 지주 사장직을 없애고 부사장을 6명에서 3명으로 줄였듯 이 행장도 조직을 더 슬림화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런 흐름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영업과 리스크 관리 그룹 등은 확대개편될 여지도 있고 신설되는 부서나 그룹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당장 변화가 예상되는 부서도 적지 않다.
임 회장이 취임사에서 비효율 지점으로 꼽은 기업금융전담지점(RMㆍ94개)이나 대학 인근의 락스타지점(41개) 등은 채널 개편과 함께 이를 관리하는 부서의 위상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또 이명박 정부 때 행장 직속으로 신설된 녹색금융사업부에도 메스가 가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 행장은 특히 상품 포트폴리오 다변화도 영업 시스템 강화의 한 축으로 거론했다. 그는 "영업 시스템 강화에는 금리 등 가격 측면에서 차별화된 상품 정비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계에서는 지점 인력 재배치, 지점 특성을 살린 영업시간 조정 등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내외부에서 인재 전방위 수혈=이 행장은 후속 인사에 대한 비전도 밝혔다.
기본원칙은 실력주의다. 주택은행ㆍ국민은행 출신 여부를 감안하지 않고 업무역량으로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필요하면 외부인사도 적극 영입하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이 행장은 "기본적으로는 내부에서 사람을 찾겠다"면서도 "하지만 안에서 역량을 가진 인물이 없다면 밖에서 사람을 구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직개편의 폭과 깊이가 클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외부인사로 분류되는 이 행장이 조직 장악을 위해서라도 적정 수준의 외부인사를 수혈하지 않겠느냐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그는 "은행 후속 인사를 가급적 빨리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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