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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4월 13일] 일자리 量만 늘리면 그만인가

"IT 일자리요? 3D도 이런 3D업종이 없습니다." 최근 정보기술(IT) 업체 종사자들의 절규가 인터넷 토론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네티즌들의 공감대도 높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대한민국 대표 산업'으로 멋지게 포장된 이면에는 IT 기술자들의 희생이 자리 잡고 있다는 울분이다. 이들의 하소연을 듣고 있으면 숨이 막힌다. 빠듯한 납기일에 '월화수목금금금' 오후12시 야근은 기본이다. 일반 대기업의 절반도 안 되는 월급과 야근수당은 엄두도 못 내는 현실에 회사생활 2~3년 만에 남은 건 망가진 몸뿐이다. 고액연봉을 주는 IT 대기업에 들어가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보다 어려운 일. 공부 잘하는 애들이 의대로만 빠지고 IT 관련 학과가 비인기학과로 전락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정부가 최근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8만개의 새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콘텐츠, 미디어, 3차원(3D) 산업에 오는 2014년까지 12조원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계획은 거창하다. 분야마다 수천억원의 펀드를 조성하고 세제 및 재정지원도 아끼지 않는단다. 영화 '아바타'의 부가가치가 소나타 16만대를 판 것과 맞먹는다는 비교도 빼놓지 않았다. 10년 전에도 그랬다. 산업화는 뒤졌지만 정보화는 앞장서자던 그때, IT야말로 새 시대의 총아이고 앞으로 무한대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발상이 그것이다. 10년이 흐른 뒤 우리나라는 IT 강국이 됐다지만 IT 종사자들의 노동여건은 40년 전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며 분신한 전태일의 평화시장에서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정부의 계획은 훌륭하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방안 어디에도 이 분야 일자리의 질을 어떻게 담보할지는 나와있지 않다. "요즘 젊은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기기를 접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는 말이 '너희들이 좋아하는 일자리니까 고생스러워도 참아라'는 논리여서는 안 된다. 이제는 단순히 많은 일자리뿐 아니라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때다. 4년 뒤 늘어날 8만개의 일자리마저 '월화수목금금금'이어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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