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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훔쳐보기]단식의 정치학

“고통은 말로 할 수 없죠. 사람이 먹기 위해 태어났는데…미치죠. 말로 표현이 안되죠. 눈을 감아도 숨진 딸 소영이만 생각나요. 딸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는겁니다(세월호참사 유가족 우종희씨).

24일 오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11일째 농성중인 국회의사당 본관 처마밑. 11일 넘게 단식을 한 유가족 10명 이상은 물과 소금만 먹고 장기간 버티느라 극심한 육체적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같이 본관 앞에서 숙식농성중인 유가족 200여명과 안산에서부터 행진해 온 시민단체와 종교계 인사들과 같이 광화문으로 도보행진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들은 참사 100일이 되도록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안되는 현실을 개탄하며 억울하게 숨져간 아들·딸들의 한을 풀어주겠다는 일념으로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건물 안에서는 여야가 이날도 세월호특별법의 핵심인 세월호진상조사위원회 수사권 부여 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입씨름만 거듭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원내지도부가 약속했던 세월호특별법처리시한(16일)이 한참 지났는데도 여야는 불신의 장벽에 가로막혀 있는 것이다.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을 주면 사법체계를 흔들게 되고 대통령과 청와대를 겨냥할 것 아닌가(여당)”, “유족의 뜻과 달리 수사권 부여를 반대하는 것은 청와대를 보호하기 위함인가(야당)” 라는 게 여야의 속내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김무성 대표가 (절충안으로) 야당측에 특검 추천권을 야당에 주겠다고 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그게 말이 되느냐”며 강한 반대입장을 보였다.

이처럼 여야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본관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유가족들은 쓰러질때까지 단식을 풀지 않겠다는 결연한 자세다. 실제 전날에는 2명의 단식 유가족이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에 입원했으나 오히려 단식농성에 참여한 유가족이 10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지난 20일부터 유가족들과 함께 본관 앞 간이텐트에서 단식농성 중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은수미·남윤인순·유은혜 의원도 마찬가지다. 은 의원은 단식농성장에서 기자와 만나 “육체적으로 어지럽고 힘들지만 그보다 유가족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럽고 정치가 실종돼 참담하다”며 “검찰과 경찰을 믿고 진상조사를 할 수 없어 세월호특별법을 빨리 통과시켜 대한민국을 바꿔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이나 은 의원처럼 단식은 협상과 소통이 안될 때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83년 5월 가택연금에 대한 항의와 민주화를 요구하며 23일간 단식을 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0년 10월 지방자치제 전면실시를 요구하며 13일간 단식해 관철시켰다. 거슬러 올라가면 수많은 독립투사들과 민주인사들이 감옥에서 단식투쟁을 했다. 비폭력 불복종 운동의 상징으로 11번이나 투옥됐던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도 1924년에 적대적인 힌두교와 이슬람교 세력의 화해를 주문하며 3주간 단식을 했다.

은 의원은 “정치인은 입법활동 등 정치를 해서 국민의 아픔을 덜어줘야 하는데 정치가 실종돼 단식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처지로 몰렸다”며 여야의 정치복원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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