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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100세 시대… 고용창출이 복지다


필자는 베이비붐 세대다. 지난 1955년부터 1963년 사이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전체 인구의 14.6%(2010년 기준 712만명)를 차지하는 거대 인구집단이다. 대한민국 산업발전의 초석이었지만 지금은 명예퇴직했거나 퇴직을 눈앞에 둔 암울한 세대이기도 하다. 베이비붐 세대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입시지옥을 겪으며 대학에 진학했지만 데모 등으로 모자란 출석일수를 리포트로 대체해 겨우 졸업하기도 했다. 혈기왕성했던 청년기에 3년간 군 복무를 한 뒤 어렵지 않게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비약적인 한국 경제발전 덕분에 유명 기업 입사도 지금보다 수월했다. 이후 ‘한강의 기적’을 일구며 맡은 일에 평생을 몸 바친다는 신념으로 휴일ㆍ밤낮 없이 일했다.

기업의 가장 큰 사회적 책임은 고용

그러나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기업 구조조정이란 미명 아래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인데도 하루아침에 백수가 되기도 한다.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지금 나이 50을 갓 넘어 은퇴하면 남은 50년 동안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열심히 벌어 저축한 돈은 아이들 교육비와 결혼자금으로 거덜나고 겨우 남은 아파트 한 채는 부동산가치 폭락으로 대출을 갚고 나면 건질 게 별로 없다. ‘다시 인생을 시작하자’며 남은 퇴직금을 탈탈 털어 비장한 각오로 조그마한 자영업이라도 해보려고 도전했지만 골목상권까지 장악한 대기업에 속절없이 무릎 꿇고 좌절하고 만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비정한 현실이다.

앞으로는 청년실업이 문제가 아니라 능력과 사회경륜이 많은 은퇴세대 문제가 큰 이슈가 될 것이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필자도 기업의 생명이 지속되는 한 목숨을 부지하지만 급변하는 기업환경 속에서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조 단위의 이익잔치를 벌이는 대기업의 그늘에서 당장 임직원 급여를 걱정하는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모 대기업의 생산직 평균 연봉이 8,000만원을 웃돌아 필자가 운영하는 기업의 임원 연봉보다 많다고 하니 중소기업을 외면하는 대학생들이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들이 간과하는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겉으로 드러난 규모만으로는 평가될 수 없는 기업의 내실과 비전, 직원 개인과의 적합성 등에 있다. 그래서 때로는 대기업보다 나은 중소기업도 있다고 말한다. 2년 뒤 창립 50주년을 맞는 원기업 직원들은 평균근속기간이 20년을 훌쩍 넘는다. 노동집약적이고 위험요소가 많은 생산현장에서 3D업종의 고되고 힘든 작업을 마다하지 않는 직원들을 생각하면 사주 입장에서 가슴이 미어질 정도로 아프기도 하지만 묵묵히 소임을 다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전문성을 키워가는 직원들이 자랑스럽다. 기업의 가장 큰 사회적 책임과 소명이 고용창출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200명에 이르는 직원들이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원기업은 전형적인 굴뚝산업에서 기술개발과 디자인경영으로 차세대 친환경 첨단제품을 개발해 지금 막 도약 단계에 있다. 콘크리트 전주 분야에서 50여년을 지내왔다면 향후 50년은 신제품으로 이모작을 준비하려 한다. 오랜 관행을 깨고 신사업에 도전하기까지 난관도 많았고 중소기업 살림으로 감당하기 쉽지 않은 막대한 연구개발투자도 감행했다. 이런저런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도전과 신념으로 한발 한발 나아갈 때 기업가정신은 빛을 발한다고 생각한다.

공짜 복지보다 일할 기회 늘려가야



우리 중소기업인들도 정부의 혜택에만 의존하지 말고 창조경영과 경영혁신을 통해 강소기업으로 육성ㆍ발전시켜 경륜 있는 은퇴세대의 고용창출에 기여하고 더 나아가 사회적 의무를 다하는 기업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부도 포퓰리즘적 복지정책보다 고용창출을 유도하는 적극적인 복지정책을 통해 보다 건강한 복지사회를 실현해야 할 것이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데 요즘 공짜가 난무하고 있다. 무상증여식 복지는 일하고 싶어도 일할 능력이 없는 소외계층에 국한돼야 한다. 일하고 싶어하는 능력 있는 계층에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복지다. 중소기업인들은 순환출자가 무엇인지 모르며 알 필요도 없다. 요즘 부쩍 많이 거론되는 경제민주화 역시 함께 잘 살아보자는 상생이 아닌가 싶다.

필자는 그간의 성장을 발판으로 원기업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기업이 되도록 오늘도 내일도 꿋꿋하게 앞만 보고 나만의 길을 가려 한다. 사훈처럼 ‘희망과 비전’을 가지고.

원부성 원기업 회장ㆍ한국원심력콘크리트공업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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