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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게릴라식으로 움직인다] 수십억대 예·적금 해지 잇따라 … 단기 '빅머니 무브' 조짐

■ PB에 들어본 자산가 동향

입출금 통장 거액 넣어두고 돈 흐름 살피는 고객 늘어

부동산·공모주 청약 등 자금 유행처럼 급속 이동

서울 시중은행의 예금 창구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예금자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서 게릴라식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오전10시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 30명 넘는 자산가들이 모였다. 이들은 기업은행 PB들과 부동산 전문가들의 인솔을 받아 평택을 탐방했다. 평택은 삼성전자가 15조원을 들여 반도체 시설 투자에 나서기로 하면서 자산시장의 핫이슈로 떠오른 곳이다.

탐방단은 임야·다세대주택 등 4개의 경매물건을 살펴보고 고덕국제도시와 몇몇 산업단지를 둘러봤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일부는 소개 받은 경매물건에 직접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기업은행은 분기에 한 번씩 부동산 투어를 정례화하고 상가 등 소규모 부동산 물건에 대해서는 상시 투어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영아 기업은행 PB고객부 과장은 "플러스 알파를 보장하는 투자수단이 마땅히 없는 상황이라 괜찮은 투자처가 떴다 하면 자산가들이 우르르 몰려가고 있다"고 전했다.

시중은행 PB들 사이에서는 심지어 "투자 패턴도 유행가 가사처럼 되고 있는 느낌"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괜찮은 투자 아이템만 발견되면 수억·수십억원대의 예금은 물론 적금도 중도 해지에 따른 이자손실을 무릅쓰고 달려간다는 얘기다.

주가연계증권(ELS)이나 공모주 등 자본시장뿐만 아니라 분양 아파트나 상가 등도 들불처럼 번졌다가 금세 시들어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자금의 부동화 현상도 심해지고 투자의 불안정성도 심해지고 있다.

◇짧아지는 투자 주기='주식도, 부동산도, 그렇다고 정기예금은 더더욱…'. 자산가들은 요즘은 "돈이 있어도 걱정"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투자할 곳이 없어서가 아니라 투자를 맘 놓고 하기에 투자 대상이 한결같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유흥영 신한 PWM파이낸스센터 팀장은 "정기예금보다 주식 등의 투자상품을 선호하는 흐름이 있지만 빠르게 늘지는 않는다"며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다 보니 고객들이 떨어질까봐 불안해 한다"고 말했다. 시중자금의 블랙홀이었던 ELS조차 불안해졌다. 김지선 신한 PWM 태평로센터 PB팀장은 "주식시장이 요동치다 보니 ELS에 대한 우려가 많다. 브라질 국채도 최근 상황이 좋지 않아서 자산가들이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고 관망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투자 기간은 계속 짧아지고 있다. 거액 자금도 한 달 이상 맡기는 경우가 많지 않다. 시중은행 강남지점의 한 팀장은 "정기예금이 워낙 떨어진 반면 수시입출금 가능한 MMF 상품은 2% 정도의 수익이 나와 은신처 비슷하게 맡긴다"며 "이 자금은 한 달은커녕 하루이틀이라도 괜찮은 투자처가 나오면 빠져 나가는 돈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의 개인고객 담당 부장도 "입출금 통장에 돈을 넣어 두고 돈의 흐름을 살피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자금의 불안정성이 심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요구불 예금은 지난 4월 110조원 규모에서 6월 118조원 규모로 늘었다가 8월 다시 114조원 규모로 줄어드는 등 증감을 반복하고 있다. 시중의 정기예금 또한 5월과 6월 577조원 규모를 유지하다 7월 581조원으로 뛰고 한 달 만에 579조원으로 내려앉는 등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고 있다.



◇투자도 유행…부동산에서 공모주로 흐름 속속 변화=자산가들의 메뚜기 속성은 부동산 투자에서 확연하다. 최근 시중은행 본점에는 수익형 부동산 리스트를 작성해달라는 영업지점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산가 고객을 중심으로 매물을 알아봐 달라는 요청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김지선 신한은행 PWM태평로센터 PB팀장은 "최근 구로디지털단지에 4.5% 정도 수익률이 기대되는 30억원짜리 상가가 나왔는데 관리하는 고객 한 분이 관심을 보여 바로 연결시켜줬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아예 시중은행 최초로 10월 초 금융당국에 투자자문업 인가를 신청했다. 공인중개업자들의 반발을 고려해 30억원 이상 수익형 부동산 위주로 자문 서비스를 취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스프롤현상(상권이 급격하게 팽창하는 현상)을 겨냥한 상가투자도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서교동·연남동·합정동 등이 핫플레이스다. 이 지역은 그동안 홍대입구 상권에 밀려나 있었지만 최근 상권의 중심이 이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각광을 받고 있다.

김연화 기업은행 PB고객부 차장은 "이 지역 근린상가를 사들여 임대하는 식의 투자가 많이 이뤄지고 있는데 연 수익률은 5% 중반대지만 시세차익이 가능해 자산가들의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자금이 유행처럼 흘러가는 것은 부동산뿐만 아니다. 다음달 5~6일 이틀에 걸쳐 열리는 삼성SDS 일반공모는 자산가들의 게릴라 속성을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리트머스종이다. 최소한 100대1의 경쟁률이 예상되는 삼성SDS 일반공모는 삼성생명 상장 이후 최대 규모의 공모주 이벤트다. 2010년 삼성생명이 상장할 때 시중자금 20조원이 한꺼번에 몰렸다.

자금의 부동화 현상이 2010년보다 심해진 것을 감안할 때 단기 빅머니무브가 일어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로 자산가들 중에는 공모주 청약을 위해 수십억원 단위의 예ㆍ적금을 해지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9월 말 현재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잔액 5억원 이상 개인 정기예금은 16조1,910억원으로 6개월 만에 1조원가량이 줄었다. 공모가가 20만원이라고 가정할 때 개인투자자가 1만주를 청약할 경우 10억원의 증거금을 납입해야 한다. 경쟁률이 100대1일 경우 배정 받을 수 있는 물량은 100주, 즉 2,000만원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공모주 광풍이 불 조짐이 일어나는 것은 수익률 갈증이 그만큼 심하다는 방증이다. 사모펀드에 시중자금이 쏠리는 현상도 같은 맥락이다. 사모펀드는 투자 성향이 스피디한 고액자산가들의 구미에 맞는 투자상품이다. 투자자산 종류나 회수기간 등의 의사결정이 빨라 집중투자를 원하는 고액자산가들이 즐겨 찾는다. 매월 이자가 나오고 채권상품에 비해 수익률이 좋은 ELS에는 꾸준하게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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