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31일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연극 ‘엄마열전’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작가가 쓴 희곡을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1일 만난 작가 윌 컨(43ㆍ사진)씨는 능숙한 한국어로 한국 문화와 여성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2006년 미국 LA에 머무르는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쳤어요. 당시 한국인 여자 친구도 사귀었었는데 집안의 반대로 결혼에는 실패했죠.” 당시의 인연으로 2007년 한국을 찾게 된 그는 우연히 접한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통해 충격적인 말을 전해 듣는다. “인터넷에서 35세의 한국 여성을 만났어요. 그녀에겐 8살의 어린 딸이 있었죠. 어느 날 딸이 성냥갑을 갖고 놀다가 심각한 화상을 입게 됐대요. 손가락들이 녹아 뭉개진 상태이어서 병원에서는 치료와 더불어 성형 수술을 권했죠. 그런데 함께 사는 시어머니가 극구 반대를 했답니다. 아들도 아닌 딸에게 뭣하러 그런 큰 돈을 들이냐는 이유였대요.” 그는 이후 한국에서의 뿌리 깊은 남아선호사상과 가부장적인 환경에서 여성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한국에 머무르며 2년 동안 120여 명의 여성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7세부터 77세까지 다양한 여성들은 그에게 흥미로운 인생 이야기를 들려줬다. “사연을 계속 수집하다 보니까 한국 여성들에게선 서양의 여인들과는 다른 독특한 특징이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됐죠. 한국 여성은 스스로를 낮춰 평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무척 강인하고 억척스러워요.” 그는 수집한 사례를 희곡에서 재구성했다. 아줌마들의 일상 공간을 통해 그들의 삶을 이야기로 풀어냈다. 김장을 위해 4명의 며느리가 모여 수다를 떤다는 설정이다. 4명의 여성은 접시를 깨는 대신 유쾌함과 가슴 뭉클한 여운이 남는 실화를 들려준다. 약속에 늦더라도 택시비를 아끼기 위해서 당신은 굳이 전철을 타지만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선 주저 없이 돈을 쓰는 우리 어머니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때 싱가포르에서 영어신문 편집기자로 일했던 그는 요즘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작품을 영어로 번역하는 데도 열심이다. “영화 ‘왕의남자’의 원작인 김태웅의 ‘이(爾)’의 번역을 마쳤고요. 요즘엔 장유정의 히트작 ‘오 당신이 잠든 사이’를 번역 중이예요. 번역을 마친 ‘이’는 미국의 여러 극단에 상연 문의를 했는데 아직 답장은 없네요. 좋은 소식을 기다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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