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廣橋 와 독립문

지난 7월1일부터 시작된 청계천복원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돼 고가도로 철거는 이미 완료됐고, 복개도로가 철거되면서 청계천의 밑바닥이 드러나고 있다. 개천의 모습을 결정짓게 될 실시설계도 이달 말 안으로 마무리 된다는 소식이다. 착공 전에는 교통문제가 최대 관심사 였으나 실시설계단계에서의 최대 관심사는 역사복원문제고 그 중에서도 가장 첨예한 것은 다리와 석축의 복원이다. 서울시는 청계천에 21개의 다리를 놓을 예정이다. 그 중 원형이 복원이 가능한 다리는 지금 청계천2가 네거리 지하에 묻혀 있는 광교와 장충단공원으로 이전, 보관중인 수표교, 사진자료가 있는 오간수 다리 정도다. 학계에서는 기록상으로 위치와 이름을 확인할 수 있는 다리가 9개나 된다며 원형확인이 안되는 것은 이름만이라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형ㆍ원위치 복원 최대 이슈 핫 이슈인 광교와 수표교의 복원에서 논의의 초점은 원형ㆍ원위치 복원문제다. 광교 복원에서 생각나는 것이 독립문 이전이다. 1970년대 중반 성산대로 건설 당시의 일이다. 사직터널과 금화터널을 직선연결하는 현저고가차도가 설계됐다. 그러나 직선으로 내자니 고가차도가 독립문 위를 통과해야 했다. 이때도 학계와 문화재 당국 등에서 독립문의 위치변경 불가를 주장했다. 결국 고가차도는 독립문을 비켜 S자로 휘어지게 설계됐다. 이 커브는 그 때 이후 오늘까지 현저고가차도를 지나는 운전자들의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그러나 고가도로가 비껴 지나갔지만 독립문이 고가도로를 머리에 얹고 있어 흉물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 모습으로 놔둬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제기됐고, 결국 고가차도 완공 뒤인 1979년 원위치에서 서쪽으로 80m 지점인 현위치로 옮겨졌다. 광교는 조흥은행에서 영풍문고 쪽으로 대각선 방향으로 묻혀있다. 그 위로 왕복 8차선 차도가 나있다. 이 차도는 앞으로 교량으로 대체될 예정인데 광교를 원위치 원형 복원하게 되면 교량의 폭은 4차선으로 줄고, 모양도 직선이 아니라 S자 형으로 휘어야 한다. 병목현상으로 인한 교통체증은 물론 외관상의 왜곡이 불가피하다. 뒷날 역사복원을 너무 경직되게 한 게 아니냐는 평가를 받을 수 있고, 광교의 위치도 결국 독립문처럼 옮기게 될지도 모른다. 청계천을 복개하면서 광교를 콩크리트 더미에 묻어버린 것은 역사를 매장한 것이다. 복개용 골재의 대용품으로 역사의 유물인 광교를 사용한 비문명적인 행위였다. 원위치 원형 복원주장은 그래서 더욱 강한 호소력을 갖는다. 그러나 지금 광교 네거리에 형성된 도로와 건물의 질서 또한 우리시대가 만든 역사다. 광교복원으로 광교일대가 더 불편하고 왜곡된 모습으로 바뀌는 것은 역사의 복원 이전에 퇴보일 수 있다. 광교의 본명은 사람통행이 많은 곳에 세워진 다리라고 해서 광통교(廣通橋)다. 종로2가는 강북에서도 번화가에 속하고 광교에서 한블럭 남쪽으로는 강북 최대 번화가인 명동이 있다. 광교를 종로2가와 명동 축에 위치토록 하는 것은 `광통`이란 이름값을 살리는 길이다. 더욱이 종로2가의 보신각은 역사성 있는 이벤트가 열리는 곳이다. 광교와 보신각을 연계하면 두 장소의 역사성은 배가된다. 서울시는 광교를 현위치에서 상류 쪽 170m 지점에 옮겨 복원한다는 계획이나 이는 역사복원의 의미를 훼손할 정도로 거리가 너무 멀다. 대각선을 직선으로 펴되 차도교 하류쪽에 나란히 복원하는 것이 역사복원의 의미와 함께 `광통`의 의미를 살리는 길이다. 광교 보신각 명동 동일軸 위에 그러나 정작 역사복원이 가능할지 여부는 문화재 당국의 결정에 달렸다. 문화재 당국은 광교에 쓰인 석재의 안전성을 검사한 뒤 안전에 문제가 있다면 모조품으로 복원하고, 진품은 지금의 수표교처럼 뜯어서 안전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형 복원은 영영 물건너 가는 것이다. 문화재는 보호가 최우선이긴 하지만 원형복원에 대한 국민적인 기대가 크므로 현대의 공학과 과학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그 같은 기대에 부응할 수 있기를 바란다. <논설실장 imj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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