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과 약달러를 부추긴다는 국내외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차 양적 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함에 따라 FRB의 돈 풀기 정책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이번 정례회의 결정을 보면 적어도 내년 봄까지는 기존의 6,000억달러에 이르는 국채 매입 프로그램이 계속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FRB는 14일 (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실업률을 낮추기에는 경기회복 속도가 너무 느리다며 6,000억달러 규모의 2차 양적 완화 정책을 밀고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감세연장 합의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데다 당초 기대와 달리 국채금리가 큰 폭으로 뛰어오르면서 양적 완화에 대한 회의론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또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에서도 양적 완화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높아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협화음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페드워처(FRB 분석가)들은 내년 3~4월쯤이면 2차 양적 완화를 중단할지, 아니면 시한인 6월 말까지 가동할지 여부가 판가름 나게 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당초 종료시점인 6월에 앞서 경기와 실업률 등을 근거로 양적 완화 정책을 재평가하고 통화팽창 정책의 향배를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업이 문제다"=이날 FOMC는 성명에서 "경기회복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회복속도는 실업률을 낮추기에 불충분하다"고 밝혔다. 경기회복세를 자극해 고용을 회복시키는 것이 양적 완화의 목표인 만큼 이를 밀고나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성명은 또 "채권 매입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경기상황이 나빠지면 추가 매입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지난 5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경제가 자체적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당초 계획된 6,000억달러 이상의 국채 매입도 확실히 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11월 일자리는 당초 예상을 크게 밑도는 3만9,000개 증가에 그쳤고 실업률 역시 9.8%로 치솟았다. 경기회복세에도 불구하고 9%대의 고실업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월가의 대체적 전망이다. ◇금리상승에 감세연장 변수까지=FRB가 양적 완화를 발표했던 11월3일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2.69%에 머물렀다. 이보다 앞서 10월 초에는 2.39%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FOMC가 열린 14일에는 3.47%를 기록, FRB를 당혹스럽게 했다. 당초 국채 매입을 통해 시중 금리를 더욱 떨어뜨리겠다던 양적 완화 정책의 목표에서 크게 어긋나 있는 셈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FRB가 이자율을 낮추는 한편 인플레이션 기대를 올리려는 자기모순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나오는 미국의 경기지표들은 호조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11월 소매판매만 하더라도 시장의 예상치를 웃도는 0.8% 증가를 기록했다. 제조업지표는 16개월 연속 확장세를 이어가고 소비자신뢰지수도 6개월래 최고를 나타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합의한 감세연장도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감세연장으로 경제성장률은 0.5~1%포인트 추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FRB로서는 혼자서 짊어지던 경기부양의 짐을 나눠 질 수 있게 된 셈이다. ◇내년 3~4월 완주 여부 분수령=내년 6월까지 예정된 2차 양적 완화와 이후의 통화정책에 대한 FRB의 결정에는 실업률과 성장률이 가장 큰 변수가 되겠지만 정치적 요인도 고려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양적 완화 정책에 대해 비판의 수위를 높일 태세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 내정자와 다른 공화당 의원 세 사람은 국채 매입이 자산 버블을 부추기고 달러약세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내용의 편지를 버냉키 의장에 보낸 바 있다. FRB 내부의 반발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매파로 분류되는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와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총재가 내년 FOMC에서 통화정책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다. 매파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이라는 의미다. 버냉키 의장이 FRB 안팎에서 공세에 시달리겠지만 결국 2차 양적 완화는 완주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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