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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이명박 당선자가 입을 옷은?

[데스크 칼럼] 이명박 당선자가 입을 옷은? 홍현종 부국장대우 문화레저부장 hjhong@sed.co.kr 노무현과 이명박(MB). 다르기도 한참 다르지만 닮은 점도 꽤 있다. 지지리도 못 살았던 어린 시절. 어렵사리 공부해 최고 자리에 오른 큰 틀의 성장 과정이 우선 같다. 색깔은 다르나 독선적 경향이 강하다는 것도 둘 사이 유사점이다. 성장배경과 자립형 성격. 사람의 성향을 결정하는 중요 대목에서 유사점을 갖는 이들이 삶의 지향점, 사고방식에서 그토록 다를 수 있음은 국가 통치의 방향성과 맞물려 눈길이 가는 포인트다. 한 사람은 사회로부터 소외의 잠재의식이 지도자의 자리에서도 투사(投射)되며 정치적 독선과 연결됐고 또 한 사람은 궁핍의 시절이 남의 일이었던 듯 이 사회 기득권층의 상징으로 시류(時流)의 때를 묻혀가며 정점에 섰다. ◇ 노무현 뒤집기만이 능사인가 노무현식 사고, 그의 통치가 천하에 인기를 못 얻는 데는 언론의 공이 단연 크다. 이른바 ‘수구’라는 갑옷을 두른 일부 언론들의 대(對) ‘노 정권’ 죽이기는 강권 통치 시절 그 퍼런 서슬 아래서 숨 죽이던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다. 반대로 짚어보면 노 정권 실패의 시작은 이들과 등을 돌려버린 것이 출발점이다. 잃어버린 10년. 세상이 이렇듯 평가절하한 현 정부는 과연 집권 내내 지리멸렬한 정권이었을까. 그렇지만은 않다. 정책 실패, 일부 실세들의 아마추어리즘, 대통령 자신의 부적절한 처신 등 여러 요인들을 감안하더라도 과장된 면이 있다. 권위주의 압제 속 국민 위에서 군림하던 정치를 국민의 눈높이로 끌어내린 변화는 어느 정권도 하지 않은 정치의 혁명적 진화다. 정치자금 등 검은 돈으로 연결된 정(政)-경(經) 유착의 커넥션과 돈으로 얼룩진 관권 선거 등 사회 부패구조의 고리를 적잖이 끊어낸 것도 누가 뭐래도 노 정권의 업적이다. 왜곡된 ‘펜의 힘’은 때로 마이너를 메이저로, 메이저를 마이너로 호도하는 데 탁월한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대중은 그 같은 조작에 마취된다. 자신도 모르게 의식이 지배당하는 이른바 ‘가스등 효과’는 지난 5년 대중으로 하여금 노 정권에 대한 증오심을 한껏 유발시키며 기득권층의 반(反)노무현 전선을 공고히 해주었다. 새 정권의 창출 세력이 자신들의 승리를 국민의 한나라당 지지의 관점으로 해석한다면 그건 착각이다. 선거 승리가 반 노무현 정서로 인한 어부지리였음을 모를 리 없는 집권 그룹이 어느덧 점령군의 위세로 일부 정책들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려는 정황은 도처에서 감지되고 있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한반도 대운하는 여전히 실적에 목을 매는 기업 CEO적 강박관념이 비쳐지는 한 사례다. 거칠 게 없는 인수위의 정책들도 전(前) 정권 뒤집기로 민심을 잡으려는 포퓰리즘적 요소가 있다. 노무현의 코드 인사를 비난하던 사람들이 학맥, 심지어 특정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줄을 서는 새로운 코드인사 조짐도 있다. 물론 노 정권의 코드인사를 맹렬히 비난하던 일부 언론들의 침묵 속에서다. 지금 국민들이 우려하는 바는 노 대통령의 독선과는 또 다른 방식의 MB식 독선의 가능성이다. 노무현 뒤집기만이 능사일까. 소외 계층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정책은 여전히 확대돼야 하고 정가와 재계의 구조적 부패 청산 및 사회적 반부패 노력도 이어져야 한다. 현 정권에서 너무 나가버린 대북 정책일지라도 그 원론적 유연성은 유지돼야 하며 친환경적 성장론도 국가의 장래를 위해 결코 등안시돼서는 안 된다. ◇MB, 기득권자 입장부터 버려야 ‘출신 성분, 학력이 빈약한 지도자는 역시 안 된다’ 식의 냉소에 아이러니컬하게도 자신이 그 같은 환경의 사람들조차 동조하는 현실은 현 정권이 만든 시대의 비극이다. 정권이 옳았다는 것이 아니라 지난 5년의 세월이 이 나라 기득권층의 지위를 확고히 굳히기 위한 정치적 명분으로 이용돼서는 결코 안 될 일이다. 노 대통령이 그랬듯 궁핍의 쓴맛을 온 몸으로 경험해본 MB. 영광의 자리에 오른 그가 과연 과거 기억 속으로 돌아가 진정으로 서민들의 삶 속에 따뜻한 통치의 시선을 모아줄 수 있을까. 여전히 보수와 기득권자의 두터운 옷만을 고집한다면 5년 뒤 그 역시 실패한 대통령으로 비난 받을지 모를 일이다. 입력시간 : 2008/01/2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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