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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문화산책] 한류열풍과 우리의 문화예술

문화란 어떤 개인의 소유물, 취향이 아니라 한 공동체가 가치를 공유하는 비물질적 자산이다. 질적 수준을 떠나 문화는 함께 즐기거나 향유하는 인구의 수가 늘어날수록, 향유자의 연령층이 다양하고 향유기간이 길수록 그 가치는 살아난다. 이것이 유행과 구별되는 점이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시(詩)를 사랑하고 소리(음악)와 놀이ㆍ풍류를 즐길 줄 아는 민족이다. 역사적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는 근간에는 어울림의 가치와 풍성한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수십년간 가난을 극복하고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는 데 주력하느라 이 땅에 역사 이래로 존재해온 문화와 동떨어진 일상을 살고 있다. 한류열풍에서 우리는 할 일과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우리의 대중문화와 유행산업이 아시아인들을 매료시켰다. 아시아인들 중 가장 역동적이면서 감성이 풍부한 우리가 그들은 차마 엄두를 못내는 한계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유행에 민감한 우리가 그들을 적절히 자극하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동양의 미덕과 아름다움을 겸비해 그들과의 공감대를 넓히기도 했다. 아무리 대한민국을 홍보하고 우리 제품이 질적 향상을 이뤄도 이보다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매료시킨 적은 없다. 그것 자체의 물질적 수익은 대단하지 않다. 하지만 한국에 대한 매력적인 이미지의 가치는 계산할 수 없을 만큼 큰 경제적 효과가 파생된다. 문화가 만들어내는 이미지의 브랜드 가치는 이렇게 막대한 것이다. 하지만 문화를 물질적 가치로 계산해 그것을 충분한 준비 없이 상업화하는 순간 애써 쌓아놓은 이미지조차 일순간 가치가 하락한다는 데 주의해야 할 것이다. 최근 지적되는 또 다른 우려는 일방적인 문화 수출의 한계와 대중문화의 짧은 생명력으로 모아진다. 우리의 대중문화는 서구의 것을 모방ㆍ각색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중문화와 더불어 우리와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정신ㆍ심성ㆍ역사가 담긴 문화예술이 이제 그들을 만나고 그 매력을 그들과 공유해야 할 차례이다. 그들이 잃어버린 전통이 우리를 통해 되살아날 수 있고 그들이 갖지 못한 예술적 창조의 역동성, 예술가와 예술 향유자의 어울림이 그들 사회에서, 또 우리에게서 되살아나야 할 것이다. 다만 산업적 잣대가 최우선시되는 풍토에서 이런 일이 공적ㆍ사적 영역에서 얼마나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가 아직도 걱정이다. /최준호(예술의전당 공연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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