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업계에서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이외에는 뚜렷한 인맥의 축을 찾기가 어렵다. 이들 두 회사가 광범위한 인맥을 형성한 것도 외환위기 직후 겪은 경영 위기로 워크아웃의 길을 걸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GS건설 등 위기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대형사들이 눈에 띌 만한 인맥을 형성하지 않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대부분 한 회사에서 장기 근무하면서 최고경영자(CEO)에 오르거나 임원으로 있다가 관련 계열사 CEO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나마 10여년 전부터 주택사업을 통해 급속히 성장한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건설), 주택명가로 오랜 기간 자리매김해온 현대산업개발이 다양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업체들로 꼽힌다. 삼성건설의 경우 건설사업관리(CM) 업계에서 독보적인 한미글로벌의 김종훈 회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의 대표적 해외 현장 중 하나로 꼽히는 말레이시 KLCC타워 현장소장을 지내기도 한 김 회장은 국내 건설 시장에 CM을 독자적 업역으로 뿌리내리게 한 개척자다. 최근에는 여성가족부가 일ㆍ가족 양립문화 정착을 위해 창립한 '가족친화포럼'의 공동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삼성건설에서 재무팀장(상무), 경영지원실장(전무), 주택사업본부장(부사장) 등 핵심요직을 두루 거쳤던 이언기씨도 올 초 서영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박영철 신세계건설 사장은 삼성엔지니어링에 근무하다 신세계백화점을 거쳐 신세계건설로 옮겨 간 케이스다. 지난해 법정관리 직전까지 한솔건설의 CEO를 맡았던 최경렬 전 사장, 김헌출 전 부산신항만 대표도 삼성건설 출신이다. 이밖에 지난 2008년부터 태영건설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외곤 태영건설 사장은 삼성건설 전무와 부사장을 지냈다. 그는 다만 삼성 재직 이전 현대건설에서 30여년간 몸담은 사실상의 '현대 인맥'이다. 김 사장은 삼성건설 재직시 말레이시아와 두바이의 대형 해외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다. 그는 지금도 꾸준히 저술 작업과 후학 양성을 통해 건설경영의 선진화, 기술고도화 등에 힘을 쏟고 있는 '학구파'로 알려져 있다. 현대건설과 함께 옛 현대그룹의 건설부문을 양분했던 현대산업개발 출신들도 눈에 띈다. 현대산업개발이 그룹에서 분가한 후 초대 CEO를 지낸 이방주 JR자산관리 회장은 여전히 경영 일선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회장은 회사 경영 외에도 초대 한국부동산중개학회 회장, 사단법인 CEO지식나눔 공동대표 등으로도 일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병수 한라I&C 사장도 현대산업개발 출신 CEO다. 그는 현대산업개발에서 한라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후 한라중공업 기획관리본부장, 목포신항만운영 사장, 그룹신규사업실장을 거쳤다. SK건설의 경우 손관호 전 부회장이 눈에 띈다. 1977년 옛 선경합섭에 입사한 후 SK케미칼, SK텔레콤 중역을 거쳐 SK건설 경영지원부문장(전무), 부사장, 사장, 부회장까지 올랐다. 30여년의 SK맨을 뒤로 하고 그는 지난해 6월 대한전선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또 장태일 태양시티건설 부회장과 최낙문 대명건설 사장도 SK건설 임원 출신이다. 한편 최종만 호반건설 사장의 경우 세계적인 대역사로 꼽히는 '리비아대수로'로 유명한 동아건설 출신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최 사장은 동아건설에서 구조조정팀장을 지낸 후 호반건설로 옮겨 개발사업담당 부사장을 거쳤다. 이밖에 대림산업의 경우 건축영업본부장을 역임했던 송시권 전 전무가 남광토건 사장, 서희건설 사장 등을 지냈으며 안순철 전 효성건설 사장도 대림산업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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