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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가 쓰는 법이야기] <5> 영화관에서

영화통해 사건관련자 간접 이해 "공정한 판결에 많은 도움됐죠"


모처럼 기분전환을 위해 가까운 영화관에 갔습니다. 낯익은 제목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몇 년 전 일본에서 인기리에 방영됐고,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끈 동명의 TV드라마를 영화화한 ‘히어로’입니다. TV드라마와 똑같이 키무라 타쿠야, 마츠 다카코 주연이네요. 일본의 사법제도가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하는데, 영화로 표현된 일본의 검사 이야기라니 왠지 호기심이 생깁니다. 영화의 주인공 쿠리우 검사는 동료 검사의 사정으로 동료 검사가 수사한 상해치사 사건의 공판검사를 맡게 됩니다. 이 사건의 피고인은 검찰 수사에서 자신의 범행을 자백했고 이에 쿠리우 검사는 쉽게 유죄가 인정될 것이라 여기고 재판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법정에서 피고인은 돌연 자백을 번복합니다. 때문에 쿠리우 검사는 피고인의 범행 입증을 위해 아마미야 수사관과 함께 동분서주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법정과 비슷한 듯 다른 일본의 법정 모습, 일본 영화 속에 등장해서인지 무언가 낯익은 듯 낯선 부산의 거리와 시장 그리고 콩나물 해장국집, 한 가닥 희망을 갖고 바다 건너 부산까지 찾아와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들의 모습. 저는 어느새 쿠리우 검사, 아마미야 수사관이 돼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열쇠가 어디에 있을까 고민하고, 어느 순간에는 사랑하는 약혼자를 억울하게 잃은 피해자의 약혼녀가 돼 무엇 때문에 피해자가 죽음에 이르러야 했는지 밝혀지길 바라기도 합니다. 마지막 공판기일, 쿠리우 검사는 피고인의 범행을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해 곤혹스러워 합니다. 그런데 이 때, 아마미야 수사관이 급하게 법정으로 뛰어 들어옵니다. 그가 피고인의 범행을 입증할 증거를 갖고 온 것입니다. 그런데 이 증거의 채택 여부를 두고 쿠리우 검사와 피고인 측의 의견이 팽팽히 대립합니다. 법대 위에 앉아 있는 판사가 증거의 채택 여부를 결정 해야 할 순간이 온 것이죠. 그 순간 영화를 보고 있던 전 긴장하기 시작합니다. 항상 법대 위에 앉아 판단하거나 결정하던 입장에 서 있던 제가 그 순간에는 판사의 결정을 기다리는 재판 당사자의 심정으로 판사의 입에 시선을 집중하게 된 것이지요. 판사가 증거를 채택하느냐 안하느냐에 따라 이 사건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게 될 것입니다. 그럼 과연 판사는 어떠한 결정을 했을까요, 그리고 피고인의 범행에 관해서는 어떠한 판결을 내렸을까요? 영화를 보며, 가끔은 판사가 아닌 다른 역할,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것이 판사인 저에게 반드시 필요한 경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판사가 하는 한 마디, 그리고 판사의 판단과 결정이 당사자 또는 사건 관련자들에게 얼마나 강하고 절실한 의미로 다가오는 것인지를 인식하고, 그 무거운 무게를 다시 한 번 느끼며 더욱 공정한 판단을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을 다짐한다는 것이겠죠. 비록 영화를 통한 간접경험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영화 한 편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날이었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 영화관을 벗어나며 생각해 봅니다. 내일은 출근하며, 재판 당사자들이 들어오는 길을 통해 제가 속해 있는 법정으로 들어가 봐야겠다고 말입니다. 제가 사건의 당사자라 생각하고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법정으로 들어가면서, 당사자들이 그 낯선 길을 걸으며 느끼는 감정이 어떤 것일까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조금이나마 당사자들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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