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의 절반이 자금조달 수단으로 이용하는 정크본드 시장이 고사 상태에 빠졌다. 발행 금리는 3배 가량 치솟고 지난 한달간 단 한건의 발행도 이뤄지지 못했다. 단기 자금시장의 경색은 다소 풀렸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시장조사기관인 딜로직에 따르면 신용경색의 여파로 최근 두 달간 정크본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기업은 호텔 그룹인 MGM 미라지가 유일했다. MGM 미라지는 지난 10월 발행금리 20%에 7억 달러를 조달했다. 발행금리 20%는 정크본드 평균 발행금리 7%대의 3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그나마 11월에는 단 한 건의 발행도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 두 달간 정크본드 발행 건수 및 규모는 1995년 1월 4건에 7억8,470만 달러가 발행된 이후 13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정크본드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의 손실도 크게 늘어났다. 메릴린치에 따르면 지난 한달간 정크본드 투자 손실은 8.8%로 연 손실은 32%에 이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 정크본드 시장은 정크본드 전문 금융회사인 드렉셀 번햄 램버트를 파산으로 몰고 갔던 지난 1991년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투자회사인 프리드슨 어드바이저의 마틴 프리드슨 최고경영자(CEO)도 "시장 상황이 정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또 다른 자금줄인 레버리지 론(차입대출)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한달간 레버리지 론 실적은 지난 1999년 이래 최저 수준인 169억 달러에 그쳤다. 정크본드, 레버리지 론 등 기존 자금조달시장이 사실상 기능을 상실하면서 대체 자금조달 수단을 강구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천연가스 생산업체인 체서피크 에너지는 지난 26일 "당장 필요한 현금 조달을 위해 18억 달러 규모의 주식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 기업의 50%는 투자등급이 BB+ 이하인 정크본드 등급으로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정크본드 시장의 규모는 7,500억 달러 규모에 이르며 자동차, 항공기, 유통, 유틸리티는 물론 호텔체인과 미디어 회사들의 자금 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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