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는 7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센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일병이 이모 병장 등 가해자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과정에서 의식을 잃었고 기도가 폐쇄돼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크다"며 "윤 일병은 연천군보건의료원 내원 당시 이미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 즉 의학적으로 '도착시 사망(DOA·Death on arrival)'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 측은 "사건 당시 윤 일병은 이 병장에게 머리를 수차례 맞은 뒤 갑자기 물을 마시게 해달라고 애원했고 물을 마시러 가다가 주저앉아 오줌을 싼 뒤 의식을 잃었다"며 "이는 흔히 뇌진탕이라 불리는 경증 외상성 뇌손상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소견"이라고 설명했다. 군인권센터 측은 또 "군 당국은 윤 일병이 집단구타를 당한 뒤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다가 다음날 사망한 것으로 기록했지만 이는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며 "군 검찰관도 이런 사실을 파악했지만 가해자들이 윤 일병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는 이유로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는 잘못을 범했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또 가해자들이 윤 일병의 속옷을 강제로 찢는 등 추행을 반복했고 윤 일병의 체크카드도 본인 의사와 다르게 사용하도록 강요했다고 폭로했다. 또 공범 유모 하사와 이 병장, 하모 병장이 불법 성매매를 한 정황도 드러났지만 이 같은 범죄들이 모두 공소사실에서 빠졌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공범 이모 상병은 '이 병장이 윤 일병을 폭행하면서 러닝셔츠와 팬티를 찢으며 5차례 정도 폭행했다'고 헌병대 수사 과정에서 진술했다"며 "윤 일병은 체크카드인 '나라사랑카드'를 사용하도록 강요 받은 정황이 드러났지만 군 검찰이 카드 사용내역 등에 대한 수사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폭행 가해자들이 또 지난 3월 휴가를 나가면서 경남 창원의 한 안마방에서 불법 성매매를 한 것으로 파악했지만 관련 부분이 모두 공소사실에서 빠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 일병이 가해자들의 폭행 당시 이미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살인죄 적용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살인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가해자들의 고의성이 입증돼야 하는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최진녕 대한변협 대변인은 "가해자들의 죄질이 나빠 중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형성됐지만 법리적으로 판단하면 '살인죄' 적용은 쉽지 않다"며 "살인죄를 적용하려면 가해자인 이 병장이 '죽어도 그만'이라는 심리상태로 구타를 가했다는 자백 혹은 증거물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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