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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중국 소녀 눈에 비친, 김경태

쇼는 없지만 부단한 연습으로 상하이 별이 되다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오빠! 같이 사진 찍고 싶어요.” 지난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막을 내린 유럽프로골프투어 겸 아시아프로골프투어 HSBC챔피언스 최종 라운드. 올 시즌 한국프로골프에 돌풍을 일으킨 김경태(21·신한은행)가 티오프에 앞서 연습 그린에 있을 때였다. 앳된 얼굴의 중국 소녀 한 명이 다가오더니 연습 그린을 막 떠나려는 김경태에게 서툰 한국말로 사진을 함께 찍게 싶다고 요청했다. 1번홀로 이동하려고 준비를 하던 김경태는 “라운드가 끝나면 찍자”고 정중히 거절했다.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기자는 그 소녀가 궁금했다. “저 선수 어떻게 알아요?” “예, 저 대회 기간에 여기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는데 이번에 알게 됐어요.” “처음 봤는데 어떤 점이 맘에 들었어요?”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너무 열심히 연습해요. 그래서 좋아해요.” 그랬다. 소녀는 김경태의 외모에 반한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김경태의 실력에 이끌려 팬이 된 것도 아니었다. ‘열심히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사람이 가장 아름답다’는 말을 소녀는 새삼 일깨워주고 있었다. 학교에서 1주일에 1시간씩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18세 소녀의 눈에 비친 김경태는 ‘가장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소녀는 아름다운 청년과 사진을 찍기 위해 한국 사람에게 ‘오빠! 같이 사진 찍고 싶어요’라는 말을 종이에 써달라고 부탁했고, 쪽지를 보면서 서툴지만 또박또박 읽었었다. 나중에 확인을 해보니 소녀는 라운드 후 자신의 소원을 이뤘다고 했다. 이날 세계 랭킹 2위 필 미켈슨(미국)이 우승컵에 입을 맞췄지만 소녀에게 영웅은 김경태였다. 한편, ‘스릭슨’ 상금왕을 비롯해 신인왕, 최소 평균 타수, 다승 등 타이틀을 휩쓴 김경태는 15일부터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리는 일본프로골프투어 던롭피닉스토너먼트에 참가한 후 일본 진출을 위해 퀄리파잉스쿨을 치룰 예정이다. 아름다운 청년, 김경태의 팬이 일본에도 여럿 생길지 모를 일이다. 비록 화려한‘쇼’는 없더라도 자신의 일에 묵묵히 임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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