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적십자사에서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국미술경영연구소와 함께 펼치는 '미술품 유통을 통한 문화나눔 프로젝트'이다. 평소 좋아하던 그림을 사면 일정 금액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름으로 대한적십자사에 기부된다. 연말에는 기부금영수증까지 발행해주니 그만큼을 다시 환급받게 된다. 만약 기업이나 일반 법인의 경우 500만원까지 경비처리해주고 다시 일정 금액에 대한 기부금 공제를 받게 되니 일석삼조인 셈이다.
그동안 미술품 소비는 특별한 계층의 취미생활이란 인식이 강했다. 더군다나 권력형 비리나 특혜비리 사건의 단골소재로 미술품이 자주 등장하다 보니 사회적 인식마저 부정적인 측면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다양한 문화 소비계층이 늘어나면서 미술 장르 또한 일상에서 친근한 여가대상으로 탈바꿈되기 시작했다. 이와 때를 같이해 '미술소비문화가 사회공헌 기부활동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대한적십자사의 시도가 주목된다.
이번 문화나눔 프로젝트는 인사동의 한 갤러리에서 '행복의 발견'이란 제목으로 2일부터 1주일 동안 진행된다. 대한적십자사의 유중근 총재는 평소 인터뷰에서 "일회성의 물질적 봉사가 아니라 사회안전망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봉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이제 문화야말로 우리 미래의 튼실한 사회안전망을 폭넓게 지속시켜줄 열쇠로 인식된다. 미술향유 문화가 개인 취미활동을 넘어 공적개념으로 확장된다는 것은 '모든 사람을 사랑해 서로 돕고 구제한다'는 적십자의 인도주의 정신과도 통한다.
나눔은 곧 사랑이다. 가장 쉬운 나눔은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골프 칠 때 홀컵 뒤를 겨냥하듯 나눔의 진정한 의미는 기부 너머를 함께 생각할 때 더욱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문화소비가 일상화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건강한 문화소비'에 대해 고민할 시점이라 여겨진다. 단순히 개인의 기호에 따라 작품을 사고팔던 소비문화가 자연스럽게 제3의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도움으로 이어진다면, 우리의 사회를 보다 성숙하게 변화시켜주는 문화소비의 순기능적 역할과 가능성으로 이어지리라 확신한다. 이번 대한적십자사의 시도가 단순한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의 미술애호 운동으로 확산될 수 있는가에 대한 열쇠는 바로 우리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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