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사스베의 화형 장면이 공개됐을 당시 미국 방문 중이던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즉시 귀국해 안보 관련 수뇌부와 대책회의를 열어 "순교자의 피는 헛되지 않을 것이며 요르단과 우리 군은 더 단호할 것"이라며 '가차없는 전쟁'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요르단 전직 외무장관이자 압둘라 국왕의 측근인 자와드 아나니 상원의원은 "IS를 겨냥한 요르단과 연합군의 공습이 더욱 강화될 수 있고 요르단 지상군이나 특수군이 시리아 땅에 발을 들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미국이 주도하는 IS 격퇴전략에 참여한 뒤 적절성을 놓고 의견이 갈렸던 요르단 사회는 알카사스베 화형 이후 "피의 보복을 단행해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WP는 IS와 맞서 싸우기 위한 집단적 동력을 확보한 요르단이 결국 "시리아 내전의 한가운데에 발을 들이는 결정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지상군 투입에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미 국방부 관계자는 "요르단으로서는 국가적 자존심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번 사태로) 연합군 전략과 공습 패턴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해 이슬람 사회는 한목소리로 IS의 잔인무도함을 규탄하고 나섰다. 이집트의 수니파 최고 종교기관인 알아즈하르의 수장 아흐메드 알타예브 대이맘은 이날 성명에서 IS를 '신과 예언자 무함마드의 적'으로 규정하며 "코란(이슬람 경전)에 따라 사형에 처하거나 십자가에 매달아 죽이거나 팔다리가 잘리는 형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같은 수니파 계열의 IS를 향한 이 같은 표현은 수니파 내에서 관용과 절제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알아즈하르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강경 발언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 밖에 요르단과 갈등 관계에 있는 이란과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카타르, 터키 등 서로 이해관계가 얽힌 이슬람 국가 및 세력들도 한목소리로 IS를 "반인륜적이고 반이슬람적인 범죄집단"으로 규정했다. 과거 인질 참수 때와 비교해 이번 알카사스베의 죽음에 이슬람 사회가 더욱 격분하는 것은 산 사람의 화형이 오직 알라(신)에게만 허용되는 사실상 율법에 반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NYT는 "종파 갈등 및 분열, 세력 간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때문에 '적의 적은 내 친구'라는 원칙이 널리 통용되는 이슬람 세계에서도 IS는 외톨이가 됐다"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