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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GRADE 한국의 노사문화] 2-1.악순환에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 ②브라질

“브라질은 노동자의 천국이다.” 독일 지멘스사의 브라질 현지법인 카를로스 F. 댐버그 부사장이 백과사전만한 크기의 노동법전을 들어 보이며 “퇴직금, 해고수당, 휴가수당에 여성 근로자가 출산할 경우 4개월 휴가를 주고, 남성도 5일간의 산후휴가가 부여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따라서 지나친 노동 보호 때문에 현지 사정을 잘 모르고 사업체를 운영하다가 낭패를 당하기 일쑤다. 상파울로 중심가인 빠울리스타 거리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한 교포 기업인은 “얼마전 여성 근로자가 출산휴가를 가는 바람에 사무실 업무가 모두 중단돼 생각하지도 못한 피해를 보았다”고 푸념했다. ◇과도한 노동보호장치 = 이미 30년대부터 유럽식 노동법을 도입하면서 근로자들을 위한 각종 보호장치를 갖추고 있는 브라질은 전세계에서 노동관련 규제가 가장 심한 나라중 하나로 꼽힌다. 기업들은 매달 월급여의 8%를 퇴직금으로 적립해야 하며, 해고시에는 40%의 해고수당을 별도로 지급한다. 일년에 한번씩 있는 한달간의 여름휴가시에도 급여의 40~50% 가량의 휴가수당이 지급된다. 이에 대해서는 노동부 등 관련 기관들의 엄격한 감독이 추가된다. 산업ㆍ지역별로 조직된 중앙 노동단체 및 경제 단체간의 협상을 우선으로 하고 있는 브라질은 양자간 타협이 실패할 경우 노동부가 중재에 나서며, 최종적으로는 노동법원에서 결론을 낸다. 기업이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시에는 노동부에 신고해야 하며, 각 업종별 중앙 노조들은 이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명할 수 있다. 쟝 클로드 실버펠드 브라질 상업연맹(FECOMERCIO) 이사는 “임금인상은 엄격히 그 해의 인플레이션율과 기타 경제 상황을 참작해 이뤄진다”며 “노사간의 갈등은 크지 않으나, 기업들은 상당한 수준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세력화된 노동조합 = 브라질 노동계도 다른 남미지역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노조의 정치활동에 별다른 제약이 없어 정ㆍ노 유착을 통해 일찍부터 핵심 정치세력으로 성장해 왔다. 많은 수의 노조 간부들은 노동계 활동경력을 바탕으로 정계에 진출하며 노동부장관 자리는 거의 대부분 노동계 출신 인사가 채운다. 평시에도 중앙의 상급 노조단체들은 특정 정치인을 후견인으로 정치적 지원과 혜택을 주고 받는다. 이런 와중에 대부분의 노조 간부들은 20년이상씩 장기 복무하면서 `귀족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조합원 신분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특권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노조는 강력한 유니온숍(Union Shop)을 통해 조합원들을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구분하며, 소속 노조원들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챙긴다. 금속노조의 경우 조합원들의 평균 임금은 1,500헤알(약 450달러)로 최저임금(400헤알)의 거의 4배에 이른다. 브라질 최대 노동단체인 꾸찌(CUT) 관계자는 “중앙노조 중심의 조직 특성상 한번 파업이 시작되면, 그 충격이 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미친다”며 “이번 룰라 대통령의 당선도 꾸찌의 지원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라 = 하지만 브라질 노동계는 이제 새로운 변신의 길을 찾고 있다. 파업을 통한 강압적인 방법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을 통한 평화적 방식의 문제해결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연속되는 파업과 휴ㆍ폐업, 이로 인한 경제침체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는 노력이다. 최근 3~4년간 전국적인 노동자 파업이 한 건도 없었다는 데서 이를 잘 알 수 있다. 이런 경향은 지난 91년 기존 꾸찌에 대항해 민간기업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포르샤 신디칼(조합의 힘)이란 조직이 새로 만들어지면서 가속화됐다. 최근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 외국인 투자도 노사관계의 새로운 전환을 모색하게 하는 또다른 이유다. 외국인 투자는 지난 2000년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에 힘입어 327억달러로 최고수준에 이르다 2001년 224억달러, 지난해 150억달러 등으로 연속해서 줄고 있다. 올해도 130억달러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포르샤 신디칼의 파울로 페레이라 다 실바 위원장은 “지난해 금속노조산하의 일부 지방 자동차 노조들의 파업외엔 중앙 노조 차원의 파업은 없었다”며 “경기침체로 성장엔진이 꺼져 가는 곳에서 파업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브라질에서는 노동보호 장치가 법으로 세세하게 보장되어 있다. 지난해 상파울로에서 열린 노동절 행사에서 10만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룰라 새대통령 개혁정책 적극 “재정 건전화를 통한 물가안정과 외자유치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지가 최대 관심사다.” 한종운 KOTRA 상파울로 무역관장은 신임 룰라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해 이같이 분석했다. 카로도소 전임 대통령이 저성장과 고실업을 감수하면서까지 긴축경제정책으로 일궈놓은 안정 기반을 룰라 대통령이 자칫 노동자와 빈민 등 지지층의 요구를 의식해 수포로 돌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벌써부터 브라질 경제는 신정부의 성장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수입수요가 증가하면서 연간 수백%에 달하던 인플레이션에 대한 악몽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두자릿수를 넘긴데 이어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은행대출금리도 연 80%에 달하고 있다. 룰라 대통령이 수차례 경제 안정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발언했음에도 불구, 앞으로 노동자와 저소득층 유권자를 다독이기 위한 성장위주의 경제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 역시 경제침체와 실업, 이에 따른 빈부격차의 심화로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최근 2~3년에 실업자수가 400만명에서 1,200만명으로 3배나 늘면서 실업률이 19%에 이르고 빈곤층은 33%를 넘어 선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과 노동계는 특히 룰라 대통령의 공공부문 개혁에 기대를 걸고 있다. 브라질은 `공무원들을 위해 기업과 노동자가 존재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관료주의의 병폐가 극에 달한 나라로 꼽힌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약 2,000만명에 이르는 총 연금수혜자의 5%도 안되는 90만명의 전직 공무원들이 1년치 총연금액(약 300억달러)의 절반에 육박하는 46%를 타 가고 있다. 공무원연금 최대 수혜자는 한달에 최저임금인 400헤알(약 120달러)의 150배에 해당하는 7만헤알(약 2만달러)로 민간연금 최대수혜자의 15배가 넘는 혜택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에는 60여종의 각종 세금이 부과되는 등 전체 GDP의 37%가 세금으로 징수되고 있고, 특히 악명높은 `생산세`제로 기업들의 생산 및 투자마인드가 극도로 위축된 상태다. 기업들은 룰라 정부가 최소한 제품 생산에 대해 부과하는 생산세를 폐지하고 이를 판매 단계에서 부과하는 소비세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룰라 대통령도 공공부문 개혁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이다. 선거 과정에서 노동계뿐 아니라 일부 상공인들의 지지를 받기도 한 그는 “전체 연금수혜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공무원들의 수를 줄이겠다”고 밝혀 이익집단화된 공무원들의 불만을 어떻게 잡아 나갈 지 관심을 끌고 있다. [인터뷰]파울로 다 실바 `포르샤 신디칼`위원장 “파업이 만능이 아니다. 합리적인 절차에 따른 노사화합의 길을 찾아야 한다.” 브라질 민간기업 최대 노동단체인 포르샤 신디칼의 파울로 페레이라 다 실바 위원장 은 파업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포르샤 신디칼은 전국적으로 1,800개 하부 노조와 600만명의 조합원이 가입해 있다. 실바 위원장은 “경제 침체기에 월평균 1,000~1,500헤알(300~500달러)을 받으며,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는 노동자들이 파업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앞으로 실업자 재취업 확대 사업이나 빈민구제 활동, 도시치안 유지 활동 등 평화적인 방법으로 책임있는 사회단체로서의 책임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포르샤 신디칼은 지난해 11월 `베롱 플랜(여름 계획)`이란 이름으로 30일동안 전국 1,00km를 행군하며, 무토지 농민들에게 농지를 분배해 달라는 평화적인 가두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실바 위원장은 또 “룰라 대통령의 노동개혁 추진에 대해서도 적극 협조할 방침”이라며 “산별 중심의 중앙노조 조직을 단위 기업 중심으로 바꾸고, 노조에서 노조가입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근로자에 대해 걷고 있는 조합비(일명 `노조세`)를 개선하자는 주장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공기업ㆍ교원 노동단체인 꾸찌와 달리 룰라가 아닌 제3의 정치인을 지지한 것에 대해 “이를 노동계의 분열과 대립으로 보지 말아달라”며 “우리는 모든 정당과 정치인들과 균형적인 관계를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상경기자 hs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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