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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잃지 말자

09/13(일) 16:13<李景台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현재의 고통이 아무리 뼈에 사무치더라도 내일의 희망이 있으면 능히 참고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실직과 도산 및 소득감소의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우리들에게 한줄기 빛과 같은 경구라고 하지 아니 할 수 없다. 우리가 희망을 가져도 좋은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고쳐나가겠다는 겸허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행 착오를 겪으면서도 한발한발 목표를 향해서 전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들 중에는 위기의 원인을 내부에서 찾지 않고 외부의 탓으로 돌리면서 과거복귀적이고 퇴행적인 정책으로 사태를 모면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비해서 우리나라는 외환위기의 어려운 상황 하에서도 무역 및 투자자유화를 가속화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업과 금융, 공공부문과 노사관계에 걸친 전면적인 개혁을 통해서 경제구조와 체질을 바꾸겠다는 전향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고 국민들도 이에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얼마 전 모대학의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강연하면서 외환위기가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찾아왔는지, 또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에서 연유한 것인지에 대해 물었다. 놀랍게도 거의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위기의 원인을 외부보다는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고 대답하였다. 최근 세계의 유명한 경제학자들이 아시아 위기에 대해서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고 있다. 그 중에는 선진 금융기관들의 이기적인 행동과 국제통화기금(IMF)의 비현실적인 요구 때문에 아시아 국가들이 헤어날 수 없는 곤경에 빠져들고 있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이런 말들은 하루빨리 구조조정의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는 우리들의 바람에 들어맞기 때문에 듣기에 달콤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우리는 외환위기가 발발하기 전부터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가를 이미 알고 있었으며, 다만 실천에 옮기지 못해서 역경을 자초하였다는 점을 명심하고 있기 때문에 실업자가 급증해도 사회불안이 야기되지 않는 것이다. 외국인들은 일반적으로 우리의 구조조정 속도가 너무 느리다거나 정치논리가 지나치게 개입돼 있다고 비판한다. 물론 타당한 점도 많고 경청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그런데 외국인들이 알아야 할 점은 우리가 당면해 있는 구조조정의 범위와 깊이가 근대 자본주의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는 것이다.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의 잣대로 보면 우리의 금융기관과 기업은 대부분 부실이고 구조조정의 대상이다. 뿐만 아니라 관치금융과 관치경제에 길들여진 의식과 관행을 혁파하는 시스템을 전환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빅뱅식 개혁보다는 단계적 접근이 현실적으로 타당성을 갖는다. 시스템 전환의 경우 빅뱅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옛소련 경제의 몰락에서 실증되었다. 새로운 제도를 수용할 수 있는 내부역량을 축적할 시간을 주지 않고 옛체제를 일거에 허물어버리면 무정부상태가 오게 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엄청난 구조조정을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해나가는 데 필요한 경험과 전문성이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는 세계은행과 IMF 등도 기존의 지식과 경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조언과 학습을 병행한다고 한다. 경험과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우리의 개혁과정은 다소간의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며, 다만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야 하는 것이다.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실수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교훈을 찾아내는 자세가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부실은행에 대한 막대한 정부출자가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결과가 되지 않았는지, 헐값에 부실기업을 매각하는 것이 아까워서 머뭇거리다가 종내는 더욱 헐값으로 팔지나 않는지, 노사분규 현장에 정치권이 무리하게 개입한 결과 더욱 큰 것을 잃지나 않았는지 철저히 반성하여볼 일이다. 우리가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꾸준히 구조조정을 해온 사실에 더해서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세계경제에 전반적인 침체국면을 모면할 조그마한 징조가 보인다는 점이다. 일본의 금리인하, 미국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한 발언 등으로 국제적인 공조체제가 작동할 것 같고 엔화 강세로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 가능성이 희박해졌으며 미국 의회가 IMF 증자를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아진 점 등은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낭보이다. 지금까지의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앞으로의 개혁을 가속화함으로써 세계경제의 흐름을 최대로 이용하면 우리는 미국이 대공황을 극복한 업적에 버금가는 성공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연중 영/화/무/료/시/사/회… 일간스포츠 텔콤 ☎700-9001(77번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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