쁘라윳 총장은 21일 태국 정치권의 각 정파 대표자와 함께 정국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니와탐롱 분송파이산 과도정부 총리대행과 친정부 세력인 독재저항민주연합전선(UDD)의 자뚜뽄 쁘롬빤 회장을 비롯해 반정부시위를 이끄는 수텝 트악수반 전 부총리, 수라차이 리엥분렛차이 상원의장 대행 등이 참여했다.
현재 탁신 친나왓 전 총리 계열의 과도정부는 자신들의 승리가 확실한 재총선을, 야권은 상원이 임명하는 새 임시정부 구성을 요구하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서민의 지지를 받는 친탁신계 정당은 지난 2000년 이후 치러진 모든 총선에서 이겼다. 이에 사회 엘리트층이 지지하는 반정부 진영은 재총선 대신 자신들과 성향이 일치하는 상원이 임명하고 국왕이 승인하는 새 정부를 세워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날 태국 일간 더네이션은 쁘라윳 총장이 앞서 20일 오후 국가기관장 소집회의에서 "유혈충돌 발생이 우려되거나 준비가 불충분할 경우 (과도정부가 제의한) 8월 선거를 치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들은 군부가 "민간정부 아래서 선거와 개혁을 추진할지, 현 과도정부를 기득권이 선호할 새 정부로 대체할지의 기로에 서 있다"면서도 군부의 반탁신 성향을 감안할 때 재총선으로 결론 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쁘라윳 총장은 계엄령 선포 후 "과도정부는 뭘 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며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2010년 무리하게 친탁신 정권을 몰아냈다가 사상 최악의 유혈사태를 겪었던 군부가 섣불리 반탁신 세력의 손을 들어주기는 힘들 것이란 반론도 많다. 민주주의 훼손을 염려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도 부담이다. 방콕타임스는 칼럼에서 "군부는 과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가장 공정한 방안은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지도자를 스스로 뽑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친정부와 반정부 세력은 계엄령 선포에도 대규모 시위를 예고하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잉락 친나왓 전 총리를 포함한 탁신 일가와 몇몇 각료는 계엄령 발동 후 북부 국경지대로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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