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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철도 민영화' 이렇게 생각한다


KTX 철도 민영화 정책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철도 산업의 서비스 개선과 국가 재정부담 완화를 위해 철도운영 시장을 민간 참여 경쟁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수익 부문을 민간에 넘김으로써 철도공사 수익이 악화돼 적자노선 운영 등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반대 측 논리도 있다. 이에 대한 찬반 입장을 들어본다.

● 강근식 한국철도시설공단 시설사업본부장

민간 운영땐 요금 20%나 싸질것

발전 위해선 경쟁체제 도입 필요

오랫동안 그래 왔으니 앞으로도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믿는 것들이 많다. 철도가 바로 그 경우다. 오랫동안 철도공사(코레일)가 운영해왔으니 새로운 노선이 생겨도 이를 철도공사에게 줘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수서발 KTX 신규 철도운영자 선정 문제를 민영화로 주장하는 분들이 앞의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민영화라는 것이 국가가 경영하던 국영기업체 또는 공법인(公法人)의 경영을 생산성 향상을 위해 민간 경영자에게 매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민영화가 성립하려면 민영화 대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정부에서 추진 중인 정책에는 민영화 대상이 없다. 선로 등 기반시설은 계속 국가가 소유하고 기존 철도공사도 공기업 형태로 계속해서 존속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무엇을 민영화라고 주장하는가.

당연히 철도공사에 돌아가야 할 수서발 KTX 운영권이 민간에게 돌아가니 이를 민영화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철도운영권(면허)은 특정 노선에서 철도차량을 운행할 수 있는 자격을 국가가 부여하는 행정행위(특허)로써 국가는 철도사업법상 면허기준에 따라 일정한 요건을 갖춘 민간 사업자 등에게 운영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따라서 KTX 운영권을 민간에게도 개방하는 면허행위를 민영화라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틀린 말이다.

누군가는 시설은 국가가 소유하고 운영은 민간이 하는 영국 철도도 민영화 사례로 불리는데 이번 우리 정책을 민영화라 부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영국을 민영화 사례로 언급하는 것은 영국이 지난 1993년에 기존의 국가가 소유했던 시설, 운영 사업체를 모두 민간에 매각했을 때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지 단순히 민간이 철도를 운영한다는 사실만을 가지고 민영화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철도공사가 모든 철도를 운영해야 할 이유는 없다.

기존에 철도공사가 철도운영을 독점했던 이유는 논리적, 경제적 이유보다는 정치적, 역사적 이유가 컸다. 이제부터는 보다 효율적인 사업자가 있다면 그에게 철도운영을 맡겨, 보다 합리적인 가격, 질 높은 서비스의 혜택이 일반국민에게 돌아가게 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정부 측 철도구조개혁 노력에도 불구하고 철도공사의 부채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철도 구조조정의 완성을 위해서라도 신규 사업자의 진입은 꼭 필요하다. 철도공사는 신규 사업자와의 경쟁을 통해 스스로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경영개선을 도모할 것이기 때문이다.

요금 측면에서도 일반 국민에게 유리하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연구결과 민간기업이 효율적으로 경영을 하면 KTX 요금이 20% 싸질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는 운임상한제가 있어 영국과 달리 민간업자가 마음대로 값을 올리지 못한다는 게 국토해양부의 입장이다.

또 민간기업이 KTX 운영에 참여하게 되면 안전관리 체계가 바뀌어야 한다. 관제와 운영이 분리되면 크로스 체크가 가능해 더 안전해진다.

이번 신규 면허발급은 11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따라서 일반국민이 이를 낯설게 느끼고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조선ㆍ정보기술(IT)ㆍ자동차 등 우리 주력 수출산업 모두가 경쟁환경 속에서 성장해나갔다는 점에서 우리 철도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경쟁체제도입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를 위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동안 철도는 독점체제가 당연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다수의 사업자가 경쟁하는 체제가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전환하는 것, 즉 코페르니쿠스적 인식의 전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 윤태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철도공사 재무수지 갈수록 악화

적자노선으로 정부 부담만 늘어

정부가 KTX 운영을 민간에 개방해 경쟁체제 도입을 추진한다고 한다. 기업 간 경쟁으로 요금이 인하되고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면, 국민의 입장에서 누구도 경쟁에 대해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새롭게 개통하는 KTX 노선에만 민간이 참여하고 새마을ㆍ무궁화ㆍ화물열차 등은 여전히 철도공사가 운영하게 된다는 것이다.

KTX는 현재 철도공사의 유일한 수익원이다. 나머지 새마을, 무궁화호 등에서는 이익이 나지 않지만, 공공성 유지를 위해 손실을 감수하면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공기업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정부는 KTX 경쟁체제 도입의 이유로, 철도공사의 독점으로 인한 영업적자와 부채 문제 등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철도공사의 재정 문제를 모두 독점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단정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수익성이 낮지만 국민의 보편적 서비스 혜택을 위해 유지하고 있는 적자노선을 고려해야 한다.

KTX의 일부 노선을 민간에 맡긴다면, 기존 노선 운영자인 철도공사의 재무수지는 더욱 악화될 것이 뻔하다. 현재 KTX의 수익으로 유지되고 있는 새마을, 무궁화호 등 적자노선의 운행이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익서비스 보상계약을 통해 정부가 국고로 적자를 보전해주고 있다고 하지만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과 같이 KTX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열차와 노선이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주장은 적자노선 폐지 등을 우려하는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는 답이 되기는 힘들다.

또, KTX뿐만 아니라 적자노선에 대해서도 민간에게 최소보조금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맡기면 된다고 하지만, 세상에 어느 기업이 과연 손해를 감수하는 장사를 하려고 하겠는가.

민간기업이 공기업보다 아무리 효율적이라고 하더라도 적자노선이 지금과 같이 유지되려면 정부의 재정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민영화된 영국 철도의 사례를 보더라도 10년간 정부의 재정부담이 4배 가까이 늘어났다. 결국 정부 재정부담의 증가는 곧 국민의 세금으로 메꿔질 수밖에 없다.

KTX만 운영하는 민간기업과 공공노선을 함께 맡고 있는 철도공사가 과연 경쟁하게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KTX는 수익성이 높기 때문에 민간이 운영하면 지금보다 요금을 내릴 수도 있겠지만, 철도공사는 강제적으로 인력과 사업을 감축하지 않는 이상 요금을 인하할 여력이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면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KTX는 요금이 싸고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KTX는 요금이 비싼 구도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잘 사는 강남사람만 싼 요금으로 혜택을 보게 되는 이상한 정책으로 변질될지도 모른다. 이런 현상을 과연 경쟁의 긍정적 효과로 볼 수 있을까.

가격적인 이유로, 또 정차역이 많지 않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새마을호, 무궁화호만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철도에 경쟁을 도입하려는 목적이 국민의 편익 증진을 위한 것이라면, 이에 대해 먼저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KTX가 아닌 적자노선을 먼저 민간에 개방해, 현재의 적자수준을 낮추고 서비스 질을 높일 수는 없는 것인가. 민간기업이 정말 공기업보다 효율적으로 경영할 수 있다면 높은 수익이 보장된 강남발 KTX가 아닌 동해선ㆍ정선선ㆍ경북선 무궁화호를 맡아서 그것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국민과 정부, 민간기업과 철도공사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정책이 될 것이다. KTX 요금이 내려간다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국민들의 열차이용 편의를 훼손시켜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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