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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원숭이 실험

鄭泰成(언론인)「원숭이 실험」이라는 유명한 동물실험이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우리 속에 끈으로 바나나를 매단다. 바나나를 따먹기 위해 그 끈을 당기면 차가운 샤워가 쏟아지게 장치한다. 우리 속에 여섯마리의 원숭이를 가둔다. 필경 그 중 한마리가 바나나에 손을 뻗칠 것이며 그 결과 전원이 냉수샤워를 하게 된다. 원숭이는 물을 싫어하며 특히 차가운 물은 질색이라나. 한두번 냉수샤워를 뒤집어 쓴 원숭이들은 그 뒤로는 절대 바나나를 따먹으려 하지 않는다. 그때 우리 속의 원숭이 한마리를 내보내고 새 원숭이 한마리를 들여 보낸다. 이 신참자는 얼씨구나 하고 바나나에 달려드는데 나머지 다섯마리의 원숭이가 필사적으로 저지한다. 이 신참자는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는 모르지만 바나나를 따먹는 것이 이 사회에서는 터부(禁句)가 됐다는 것을 배운다. 다시 한마리를 교체해 본다. 같은 일이 되풀이된다. 결국 여섯마리를 모두 교체해 냉수샤워를 맛본 원숭이가 하나도 남지 않게 돼도 감히 바나나를 건드리는 원숭이는 없더라는 것이다. 비유는 거칠지만 인간사회에도 우리 속의 원숭이와 바나나는 많다. 진화(進化)를 자랑할 처지가 못된다. 신념의 대부분이 그런 것들이다. 옳다고 주장하기는 하지만 왜 옳은 것인지 본인도 잘 모르는 신념이 많다. 때로는 과연 옳은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 조차 분간하기 어려운 신념도 없지 않다. 단지 신념이기 때문에 신념이 되는 수도 있다. 물론 이 세상의 신념 중 대다수는 그 이유를 알고 지키든 모르고 지키든 그것을 묵수함으로써 질서와 평화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마치 우리 속의 원숭이들이 바나나에 손대는 위험을 자제함으로써 냉수벼락의 위험을 면하고 있듯이 말이다. 그러나 신념 중에는 전제와 조건이 허물어져 현실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발전을 저해하는 것도 있으며 거듭된 실패와 논리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집하는 위험한 신념도 섞여 있다. 이 원숭이 실험을 요즘 유행하는 개혁대 보수의 논쟁에 견주면 어떻게 될까. 누가 바나나를 따먹으려는 자이며 누가 이를 말리는 자일까. 말리는 자가 보수라고 단순히 말하기는 어렵다. 따먹으려는 자를 개혁이라고 말하기도 물론 어렵다. 피차 할 말은 많을 것이다. 그러나 피차 간에 신봉하는 신념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으며 남의 의심도 용서치 않으려는 태도가 바로 원숭이의 바나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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