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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걱정스러운 일본 신용등급 하락

한국 광의의 국가채무 2000조<br>가계부채도 1000조 눈 앞<br>위기시 안전판 일본보다 약해<br>재정건전성 확보 급선무


일본의 신용등급 하락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우리에게도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피치는 지난 22일자로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내렸다. 한꺼번에 두 단계나 떨어뜨렸다. 세계신용평가시장을 거의 양분하는 무디스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비해 영향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피치사의 발표지만 충격적이다.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이 우리나라와 같아졌다니. 다른 때라면 내심 웃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번 사안만큼은 그렇지 못하다.

피치가 일본의 신용등급을 강등시킨 명분은 국가채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41%라는 점 때문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탈퇴가 목에 걸린 그리스의 160.8%보다도 높다. 피치는 '재정상황이 나빠지는 데 일본 정치권이 제 기능하지 못하는 것'도 강등의 이유로 꼽았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막대한 국가채무와 제 정신 못 차리는 정치권.

우리는 과연 여기서 자유로울까. 정부는 '그렇다'고 강조한다. GDP 대비 부채비율 34.0%가 그 근거다. 수치만 보면 맞다. 일본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고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 78.4%를 한참 밑돈다. 재정 여건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지만 겉으로 드러난 수수치를 볼 때 한국은 아직은 위험 수위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그 속이 겉과 다르다는 점이다. 국가부채와 별도로 428.4조원(지난 2011년 말 현재)에 이르는 공기업부채가 존재한다. 공기업부채는 지난해 말 처음으로 국가채무(420.7조원)를 앞지를 정도로 증가일로를 걷고 있다. 이 뿐 아니다. '광의의 국가채무 집계'로 유명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산식대로라면, 즉 국가부채에 공기업부채뿐 아니라 4대 공적연금의 책임준비금 부족액과 통화안정증권 발행잔액, 한국은행 외화 부채 등을 합치면 2010년 말을 기준으로 총부채는 1,848.4조원에 달한다. 2011년 기준이라면 광의의 국가채무는 2,000조원을 이미 돌파했을 것으로 보인다. OECD 평균을 훌쩍 넘어 그리스 수준이다.

또 있다. 가계부채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해 말 912.9조원을 기록한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를 옥죄고 있다. 광의의 국가채무와 가계부채를 합쳐 '부채 3,000조원 시대'에 바로 눈앞에 왔다. 어쩌면 이미 이 선을 돌파했는지도 모른다. 가계부채 측면에서 일본은 한국보다 훨씬 사정이 낫다. 국가채무의 90%가량을 내국인이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일본의 재정이 파탄나도 국민들에게 손을 벌리면 대외 지급불능 사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과 신용평가등급이 같아진 우리의 사정은 일본과 딴판이다. 국가 재정이 흔들리고 가계부채도 대안이 없다. 1997년 겨울에 직면했던 국가부도 사태가 재연된다면 일본에 비해 대응력이 한참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장 경제운용도 어려운 처지다.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려면 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복지 수요 등은 날로 늘어만 간다. 국방비나 기술개발 지원 등도 최소한 현행은 유지해야 하는 당위성을 갖고 있다. 재정 스스로 몸집 줄이기도 쉽지 않은 마당에 가계부채와 연결한 정책 마련은 더욱더 난제다. 자칫 유럽형 위기의 재연도 우려된다. 과도한 가계부채로 구매력이 떨어진 가계를 지원해 소비진작 효과를 꾀하다 보니 정부의 재정 지출이 많아지고 결국 국가채무 증가로 이어진 유럽의 위기 확산 과정이 한국에서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경제운용의 폭이 거의 없을 정도로 상황이 나빠진 데에는 공기업을 통한 우회적 재정지출 증가 등 MB정권의 방만한 운용 때문이지만 중요한 것은 미래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정부와 가계 모두 지출을 줄이는 내핍과 긴축에 나서야 할 순간이다. 특히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싶다. 일본의 신용평가등급 강등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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