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블랑카'의 속편 각본은 이미 지난 1980년대 후반 원작의 각본을 쓴 하워드 카치가 완성한 바 있다. 카치는 원작의 각본을 공동 집필한 필립과 줄스 엡스틴 형제와 함께 1943년도 오스카 각본상을 받았다. 카치가 쓴 속편의 제목은 '카사블랑카로 돌아 가다'로 전편 4명의 주인공들의 후일담을 그렸다. 그 간략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전편에서 안개 낀 모로코 카사블랑카 공항을 떠나 미국에 무사히 도착한 일자 런드(잉그리드 버그만)와 그녀의 남편 빅터 라즐로(폴 헨레이드). 속편에서 이들은 카사블랑카를 떠나 북아프리카에서 레지스탕스로 나치에 대항해 싸우는 일자의 애인 릭 브레인(험프리 보가트)과 카사블랑카의 경찰서장이었던 르노(클로드 레인즈)의 거처를 수소문 하나 실패한다.
각본의 주제는 일자가 카사블랑카에서 잠깐 릭을 만났을 때 가진 정사로 아들을 나았는데 이 아들이 정치적으로나 거의 모든 면에서 릭을 닮은 사람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카치는 죽기 6년 전 자기 각본을 워너 브라더스에 제출했으나 속편 제작이 거절 됐는데 이 번에 카치의 제자이자 자신의 독립제작사 워너 시스터스를 갖고 있는 캐스가 속편 제작을 하겠다고 발표 하면서 그 가능성이 현실화 하게 된 것이다.
영화의 교본과도 같은 '카사블랑카'가 세월과 무관하게 사랑을 받는 까닭은 그 내용이 보편적인 인간성에 직접적으로 호소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자를 사랑하면서도 대의를 위해 포기하는 릭의 자기 희생과 나치를 싫어하면서도 그들에 협조해야 하는 르노서장의 도덕적 타협이라는 추한 진실, 죽음을 각오하고 자신의 신념을 추구하는 라즐로의 고귀한 정신 등은 모두 우리가 언제나 경험 할 수 있는 현실적인 것이어서 강한 호소력을 지닌다.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보가트와 버그만의 기막힌 화학작용과 뛰어난 연기다. 보가트는 이 영화 전만해도 터프가이로 유명했지만 이 영화에서는 터프 하면서도 어딘가 공허하고 복잡한 내면을 지닌 로맨틱한 남자로 팬들의 가슴을 사로 잡는다. 청순하기 그지 없어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버그만의 순결하고 단정한 성적매력 또한 그윽하니 자극적이다. 속편이 만들어진다면 과연 누가 릭과 일자의 역을 맡을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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