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동십자각] 지겨운 안철수식 가정법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말 한마디에 또 정치권이 들썩인다. 누구 편도 들지 않겠다고 한 말이 대선 '출사표'라고까지 읽히고 있다. 4ㆍ11 총선을 앞두고 여도 야도 안 원장의 말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계산하느라 분주하다.

안 원장의 정치참여 발언은 주식시장에도 바로 영향을 미쳤다. 안랩으로 이름을 바꾼 안철수연구소의 주가는 29일 이틀 상한가를 기록하며 10만원을 훌쩍 넘었다. 안철수라는 이름 하나만 가지고 시가총액이 영업이익의 130배를 넘어선 셈이다. 덩달아 안 원장의 멘토가 대주주라는 우성사료도 급등세를 보이며 관련 테마주가 꿈틀거린다.

'안철수'라는 이름 하나가 정치권과 주식시장을 이렇게 흔들어 놓는 것을 보면 신기루라고 했던 '안철수 현상'이 실체가 있긴 있나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안 원장의 정치적 실체를 알겠다는 말은 아니다. 안 원장은 여전히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안 원장의 말을 조목조목 따져보자. 안 원장은 지난 27일 서울대 강연에서 "만일 제가 (정치에) 참여하게 된다면 이거 하나는 확실합니다. 어떤 특정한 진영 논리에 기대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또 만일이라는 가정법 수사를 앞에 놓고 말했다. 정치참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 안 원장은 이어 "지금 있는 분들이 잘해 주시면 제가 나설 이유 없어요. 그건 이제 주어지는 상황이죠" 라며 여야 정치인을 싸잡아 비판한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자신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은 듯한 말로도 들린다.



안 원장에게 묻고 싶다. "정치참여를 하면 어떤 점에서 지금 있는 정치인보다는 잘할 수 있다는 건가. 그럼 실체를 밝혀달라. 어떻게 정치를 할지 정책과 비전을 보여달라" 은근슬쩍 가정법으로 더 이상 책임 회피의 여지를 남기지 말고 직구로 승부를 하라는 얘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장에서 마이크가 켜진 것을 모르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에게 "11월 대선 이후 미사일 문제를 두고 협상할 '여지(room)'가 더욱 커진다"고 말한 것이 공화당의 맹공을 받고 있다.

안 원장도 지금 정치 책임의 여지(room)를 만들어 놓고 정치권에 한발 걸쳐 놓겠다는 생각이라면 지금이라도 아예 정치참여 자체를 다시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올해 있는 두 번의 선거는 어떤 특정인의 정치 시험대가 되기에는 너무 중요하기 때문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