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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베이징시 새해 최저임금 20% 인상

中 진출기업 고임금 폭탄 "이젠 남미로 가야 할 판"<br>저임금 시대 사실상 끝나 지방도 인상합류 불보듯<br>동남아 생산비중 확대 등 기업들 대응책 마련 분주<br>현지 노조 임금인상 입김도 거세


"최저임금보다 2~3배 높은 임금을 주고 있지만 물가가 급등해 20%에 이르는 최저임금 상승률만큼 임금을 올려달라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임금상승은 사회복지보험료 등 추가 비용부담으로 이어지므로 기업으로서는 이중삼중으로 비용이 늘어날까 걱정스럽습니다." 중국 베이징시가 28일 내년 1월1일부터 노동자들의 월 최저임금을 현재 960위안에서 1,160위안(약 20만원)으로 20.8% 올리겠다고 발표하자 베이징에서 AIT소프트라는 인력자원관리 소프트웨어 회사를 운영하는 유기선 사장은 "올 것이 왔지만 임금상승률이 너무 가파르다"면서 우려를 금치 못했다. 과거 값싼 노동력의 메카로 여겨졌던 중국이 '고임금 시대'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기술력을 갖춘 전문인력 임금이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선 것은 이미 오래 전이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임금체계의 저변을 형성하는 최저임금이 20%대의 가파른 인상률을 보이면서 기존의 저임금 구조는 확실한 종말을 맞게 됐다. 내년에도 올해를 능가하는 인건비 상승이 예고된 가운데 저비용을 노리고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고임금 '폭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베이징시의 이번 임금인상은 불과 6개월 전 최저임금을 20% 올린 데 이어 또다시 내려진 조치다. 파트타임 근로자의 평일 최저임금은 기존의 시간당 11위안에서 13위안으로 인상되며 법정공휴일 최저임금도 시간당 25.7위안에서 30위안으로 17% 상향 조정됐다. 베이징시의 이 같은 발표는 앞으로 줄줄이 이어질 중국 각 지방의 임금인상 러시를 알리는 신호탄에 불과하다. 중국의 31개 성ㆍ시ㆍ자치구 가운데 내년 최저임금 인상계획을 발표한 것은 베이징시뿐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내년부터 시작되는 제12차 5개년 경제발전계획에서 기존의 성장전략 대신 빈부격차 해소를 위한 '균형'과 '분배'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 상황에서 각 지방정부 역시 소득불균형 해소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 대열에 줄줄이 합류할 것이 확실시된다. 게다가 베이징시의 이번 발표는 당초 스스로 제시했던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인건비 상승 추이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가파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베이징 당국은 시내 각 기업들에 연평균 11%, 최고와 최저선은 각각 16%와 3%로 지정하는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을 전달했다. 중국 정부도 앞으로 연평균 임금 상승률을 15% 이상으로 유지해 향후 5년 내에 근로자 임금을 현재의 두 배로 늘리겠다고 공언하며 이미 지속적인 임금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베이징시와 다른 지방도시의 임금상승은 이 같은 가이드라인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 속도를 한층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본격적인 최저임금 인상에 돌입한 올해의 경우 충칭(重慶)시를 제외한 30개 성ㆍ시ㆍ자치구의 최저임금은 평균 24%의 인상률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중국이 임금을 끌어올려 경제를 고비용 구조로 돌리려는 가장 표면적인 이유는 '소득불균형 해소'다. 오랜 고속성장 덕에 중국경제가 세계 2위 자리에 올라선 한편으로 극심한 부익부빈익빈 현상으로 사회경제적 불안이 가중되자 당국은 국가경제 고성장 대신 인민 절대다수의 소득수준을 구조적으로 끌어올리는 장기 성장플랜을 추구하기로 한 것. 아울러 고임금으로 중국 제품의 수출단가가 오르면 미국과의 무역수지 격차를 자연스럽게 완화함으로써 미국의 따가운 시선을 회피할 수 있게 된다는 점도 중국 입장에서는 부수적인 노림수가 될 수 있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인들은 이번 최저임금 상승폭이 기업의 임금상승폭 기준선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과거 노동자 임금 안정을 주도해온 중국 공산당 노조조직인 총공회가 사업장의 노조조직 활성화를 유도하고 임금인상 독려에 나서고 있어 노조의 거세지는 입김이 기업들에 또 하나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기업들은 동남아 생산비중을 높이는 등 나름대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중국 칭다오와 쥐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생산공장을 갖춘 국내 인형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중국은 저임금 노동시장에서 벗어나 계속 임금이 오를 것으로 보여 앞으로 생산비 한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며 "오는 2012년부터는 중국보다 임금인상 속도가 더딘 인도네시아 생산비중을 높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의 임금인상이 중국 한 나라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내년 이후 제조업체들은 강도 높은 비용 압박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의 최저임금 인상은 중국과 저임금 경쟁을 벌이며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고 있는 주변 동남아국가로 도미노 효과를 일으키며 제조업 전반에 고비용 부담을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한 국내 섬유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국에 진출했던 업체들은 단가인상으로 상당수가 동남아로 빠져나간 상황"이라며 "하지만 최근 동남아 지역의 임금도 마찬가지로 오르고 방글라데시 폭동사태까지 나면서 기업들이 다른 생산기지를 찾기 위해 남미 쪽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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