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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등대지기] 상업적 이메일로부터의 해방
입력2003-01-13 00:00:00
수정
2003.01.13 00:00:00
정두환 기자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요즈음 매일 아침 전자우편함을 클릭하면 여지없이 이 같은 제목을 붙인 대여섯통의 e메일을 접하게 된다. 평소 알고 지내는 친지, 또는 친구들이 보낸 연하장이다. 깜찍하고 재미있는 그림이 있는가 하면 개인사까지 꼼꼼히 챙겨 새해 소망을 빌어주는 자상한 메일들도 많다. 물론 그중에는 정체불명의 스팸메일도 적지 않게 눈에 띄지만 이것 마저도 정초이니 애교스럽게 받아줄만 하다.
사무실 한켠에 자리잡은 우편함에는 도통 연하장이 쉽게 눈에 띄질 않는다. 문득 기억을 되돌려보니 지난해에는 그럭저럭 정초에 꽤 많은 우편물이 쌓여 있었던 듯한데.
불과 1년 사이에 변해도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이처럼 편지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음에도 집배원들의 우편물 가방의 무게는 줄어들지 않는다고 한다. 과연 무엇이 그 자리를 대신했을까. 바로 갖가지 요금 청구서와 광고성 팜플렛, 홈쇼핑 카탈로그 등이다. 우편은 소식을 전하고 받는 고유의 기능을 인터넷에 넘겨주고 이제 홈쇼핑업체와 신용카드 업체들의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 느낌이다.
한데 e메일조차도 좀처럼 따스한 공간으로 남기는 힘들 것 같다. 정보통신부가 지난 한해동안 불법 스팸메일 전송업체를 적발한 결과 행정처분을 받은 업체가 무려 977개사에 달한다. 이는 1년새 무려 15배나 늘어난 것이다. 물론 당국이 단속을 대폭 강화한 결과로 볼수 있다.
하지만 단속강화를 감안하더라도 스팸메일이 줄었다고 보기도 어려운듯 하다. 여전히 수많은 e메일 사용자들이 필터링을 교묘하게 피하며 온갖 상업적 메일을 무차별적으로 전송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e메일 주소를 사고 파는 행위 역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장 스팸메일을 많이 보내는 업종은 어디일까. 바로 집배원의 우편물 가방을 가득 채우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우고 있는 인터넷쇼핑몰 업계가 그 주인공이다. 이쯤이면 쇼핑업계는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에 이르기까지 우편시장을 확실히 석권한 듯하다.
새해에는 우리가 친지나 친구들과 따스한 정을 나눌 우편물과 e메일이 상업적 광고물로부터 해방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정두환기자 dh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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