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데스크 칼럼] 국민연금 개선안의 딜레마

조희제 <사회부장>

[데스크 칼럼] 국민연금 개선안의 딜레마 조희제 덜 낳고 오래 사는 문제가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아이는 하나 낳아 제대로 키우고 자신은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는 게 요즘 젊은이의 사고방식이다. 일부 부부는 아예 아이를 낳지 않고 둘만의 생활에 만족한다고 한다. 이 같은 사고방식과는 달리 '저출산ㆍ고령화' 문제는 국가적으로는 엄청난 재앙을 불러일으킬 조짐이다. 성인여성 한명이 일생 동안 낳는 아이(합계출산율)가 지난 2003년 1.19명에 불과했다. 이대로 가면 오는 2020년에는 인구가 줄어든다. 2026년에는 65세 이상 노인비중이 20%를 웃돌아 노인을 보살펴야 할 젊은이가 부족해지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오죽했으면 최근 정부가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저출산 고령사회 위원회'를 구성해 이 문제에 적극 대처하겠다고 나섰겠는가. 위원회를 둔다고 해서 완벽한 해결책을 이끌어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두 손 놓고 지켜만 본다면 선진국 진입은커녕 인구가 줄어 국가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지 모른다는 근본적인 우려를 자아내게 된다. 저출산ㆍ고령화 문제는 국민연금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반발이 거세 고민하는 정부로서는 설상가상으로 거대한 벽에 부딪힌 것이다. 출산율은 예상보다 빨리 떨어지고 평균수명은 길어지면서 국민연금은 30년 뒤에는 적자로 돌아서고 2047년이 되면 완전 고갈된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이는 올해 초 발표된 통계청 발표수치를 근거로 한 것이어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만약 연금을 지금처럼 소득의 60% 수준으로 계속 받는다면 가입자들은 2030년부터 월급의 5분의1 이상을 보험료로 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다음 세대에는 현재 가입자(월급의 9%)보다 보험료를 2배 이상 내야 하는 셈이다. 사정이 다급해졌는데 적게 내고 많이 받는 현재 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아예 국민연금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극단론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또다시 국민연금을 반대하는 글들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해 5월 한 네티즌으로 인해 촉발됐던 국민연금 파동이 재연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이 고갈돼 이를 메우게 될 다음 세대, 즉 젊은 세대는 자신들이 번 돈의 상당 부분을 조상들이 낭비한 연금기금에 강제 헌납해야 한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나오는 정부의 제도개선은 믿을 수 없다" "조삼모사식 땜질 개선만 반복되는 국민연금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 등등. 이들의 주장이 허무맹랑한 얘기가 아니라며 수긍하는 사람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국민연금공단측은 사실관계를 간과한 채 정부나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왜곡된 시각에서 만들어진 것 같다고 설명하지만 별로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저부담 고급여 체계를 개선하자며 국민연금제도 개선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제대로 심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통과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실정이다. 국민들에게는 미래 안정보다 현재 지출이 더 중요하다. 현재 삶의 질을 더 중시하는 국민에게 미래의 안정을 아무리 떠들어봐야 남의 일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 자식 하나 낳아 키우고 결혼시키는 데 드는 비용이 엄청나고, 결혼 후 내 집 마련이 갈수록 어렵고, 일자리도 변변히 찾을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민연금 문제, 나아가 저출산ㆍ고령화 문제는 결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보험료를 더 내고 나중에 받을 연금을 줄여 보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제도개선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국민연금이 왜 국민 개개인에게 필요한지를 설득해야 하는 시점이다. 국민을 제대로 설득할 수 없다면 개선안의 국회 통과는 무의미하다. hjcho@sed.co.kr 입력시간 : 2005-03-17 16:46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