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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자연의 법칙은 야성에 의해 움직인다

■여행<br>케냐 사파리 기행

사자가 먹다 버린 누의 사체를 대머리 독수리 무리가 뜯어먹고 있다.

기린 무리가 숲에서 나와 평원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파리 차량이 사자를 쫓아다니며 관찰하고 있다.

누떼가 겨울 가뭄으로 말라버린 강을 줄지어 건너고 있다.

“어라, 춥잖아.” 한국에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는 쌀쌀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긴 옷부터 주섬주섬 꺼내야만 했다. 치솟는 물가에 만만찮은 비용
정해진 길 없이 동물따라 이동
먹고 먹히는 야생의 세계 한 눈에
◇추위에 놀라고, 물가에 놀라다= 적도 근방에 자리잡은 나이로비는 6~8월이 겨울이다. 해발고도 1,700m에 자리한 고원 지대여서 출발 전에 예상했던 열대 기후가 아니었다. 연평균 기온은 17도 안팎. 마사이족은 이 땅을 ‘시원한 물’이란 의미로 ‘에와소 니이로비’라 불렀다. 예상 밖의 추위와 더불어 관광객을 놀라게 하는 건 물가이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택시 비용이 무려 1,500실링(약 2만원). 한밤중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빠져 나가는 길에 운전사는 공항 주차장 정문에 있는 경찰에게 꾸깃꾸깃한 지폐를 찔러 넣었다. 그는 기자에게 살짝 귀띔했다. “부패가 심해서요.(Corruption is high.)” 지난 2002년 선거를 통해 집권한 키바키 정권은 부패와 무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1인당 GDP가 829달러로 한국의 20분의 1에 불과하지만 나이로비의 물가는 서울을 넘어선다. 현지에서 가장 잘 나가는 프랜차이즈 ‘치킨인(chicken inn)’에서 치킨 한 조각, 감자튀김, 콜라로 구성된 치킨세트 가격이 우리 돈으로 약 7,000원. 빈부격차도 극심하다. 버스 요금은 30실링(500원) 가량이지만 차비가 없어 10km 이상을 걸어 다니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인구 3,300만 명 가운데 40%가 절대빈곤에 허덕인다. 나이로비에서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조셉 마구 씨는 “정부가 물가를 전혀 잡지 못해 생활하기에 너무 벅차다”며 관광객들에게 공공연하게 불만을 털어놓았다. ◇만만치 않은 사파리 비용= 농업과 관광이 주요 산업인 케냐에서 외국 관광객은 그야말로 ‘돈줄’이다. 마사이마라, 나쿠루 호수 등 케냐 주요 국립공원의 사파리 비용은 하루에 100~500달러(US달러 기준)에 달한다. 국립공원 하루 입장료 60달러와 차량, 가이드, 숙식이 포함되고 운전사와 요리사의 팁은 별도로 줘야 한다. 자연 속의 동물을 구경하는 사파리는 숙소와 이동 방식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가장 저렴한 사파리는 자동차로 이동하며 텐트에서 숙박하는 방식. 하루에 100~120달러 정도 소요된다. 좀 더 여유가 된다면 롯지(lodge) 숙박을 선택할 수도 있다. 롯지는 국립공원 내에 자리한 숙소로 호텔 수준으로 관리돼 하루 숙박료만 300달러에 달한다. 롯지 숙박의 경우 나이로비에서 경비행기로 국립공원까지 이동하며 항공료 160달러와 사파리 비용 하루당 100~200달러를 추가로 내야 한다. ◇사파리는 동물원이 아니다= 사파리는 승합차로 이동하며 진행된다. 차량 천장이 열려 있어 몸을 내밀고 밖을 내다보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하지만 사자ㆍ치타 등 맹수들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차량 밖으로 나가진 못한다.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초식동물인 임팔라(impala)와 누(wildebeest). 한가롭게 풀을 뜯어먹고 있지만 연신 사방을 경계한다. 맹수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마사이마라에는 사자ㆍ기린ㆍ자칼ㆍ치타ㆍ얼룩말 등 도심 속 동물원의 주요 식구들이 어울려 산다. 이 가운데 사자ㆍ코뿔소ㆍ표범ㆍ코끼리ㆍ버팔로가 이른바 사파리의 ‘빅5’로 손꼽힌다. 처음엔 이 동물들이 거칠고 난폭해 사냥하기 어렵다는 의미에서 서구인들이 ‘빅5’로 칭했지만 이젠 개체수가 줄어들어 보기 드물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례로 검은 코뿔소는 마사이마라에 5마리 정도 밖에 남지 않은 걸로 추정된다. 사파리에서 정해진 길은 없다. 동물이 있는 곳으로 차량은 움직인다. 평원을 뛰노는 톰슨가젤과 얼룩말은 쉽게 볼 수 있다. 동물원의 식구들이 동경하는 자유가 대자연에선 양날의 검이다. 생존의 힘이기도 하지만 위협의 근원이기도 하다. 갇힌 동물들은 잊어버린 지 오래된 정글의 법칙이 여기에선 살아 숨쉬고 있다. ◇아침은 포식자의 시간= 다음날 사파리는 새벽 6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되는 전일 일정이었다. 이른 새벽, 놀이공원의 사파리가 아니라는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정육점의 쇠고기 마냥 뼈대만 남아 널브러진 얼룩말의 사체가 눈을 자극한다. 새벽에 사자에게 사냥을 당한 희생양이다. 전날 오후 동물원의 사자마냥 느긋한 모습을 보였던 사자들이 어느덧 야수로 돌아와 있었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운전사의 무전기가 바빠졌다. 표범을 포착했다는 희소식이 전해졌다. 마사이마라를 누비는 200여대의 사파리 차량은 서로 무전 연락을 하며 특정 동물의 위치에 관한 정보를 공유한다. 표범 같이 보기 드문 동물을 발견하면 순식간에 수십 대의 차량이 몰려든다. 표범은 먹이를 사냥한 뒤 나무 위로 끌어올려 식사를 한다. 약 10m 정도 떨어진 숲에서 표범의 점박이 무늬가 또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표범 한 마리가 아침에 사냥한 것으로 보이는 가젤을 먹는 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동물의 대이동은 사파리의 백미= 차량을 남쪽으로 몰아 탄자니아 국경 쪽으로 이동하니 얼룩말과 누떼가 줄을 지어 이동하고 있었다. 동물의 대이동이 드디어 눈앞에서 펼쳐졌다. 물과 먹이를 찾아 케냐 마사이마라로 이동했던 초식동물들은 8월 탄자니아 세렝게티로 되돌아간다. 이동하는 숫자만 수백 만을 헤아린다. 탄자니아 국경 지대에 위치한 마라 강에 이르자 대이동은 장관이었다. 누떼는 줄을 지어 한두 마리씩 마라 강의 좁은 지역을 건너는데 이동 행렬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누떼가 일으킨 먼지로 들판의 하늘은 뿌옇고 누떼가 만들어낸 물결로 강에 소용돌이가 생겼다. 가이드는 “정말 운이 좋다. 보기 힘든 광경인데(Very lucky, It’s difficult to see)”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코끼리 걸음처럼 더디게 가는 아프리카= 긴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저녁놀이 비치는 지평선 너머로 코끼리 가족이 이동하고 있었다. 암수 코끼리가 새끼 코끼리들을 가운데 세우고 맨 앞과 뒤를 책임지며 걷고 있다. 주홍빛 지평선에서 느긋하게 걷는 거대한 몸집의 가족은 지켜보는 이의 마음을 따스하게 했다. 미소를 짓자 가이드는 “바로 이게 아프리카!(This is Africa!)”라고 말한다. 이 거대한 검은 대륙은 코끼리마냥 지독하게 천천히 가는 것 같다. 대신 그 걸음은 가만히 지켜보면 따스함이 느껴지는 부드러운 걸음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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