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회장은 5일 KB 사태가 터진 후 처음으로 기자들과 긴급 간담회를 갖고 금감원의 중징계 결정 근거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임 회장이 추석 연휴 직전이라는 부담을 감수하고 전면에 나선 것은 이날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임 회장에 대한 중징계 여부를 당장 다음주에 결정하겠다고 밝힌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론을 되돌릴 시간이 부족한 만큼 자신이 직접 해명에 나선 것이다.
임 회장은 이날 수차례 주전산기 교체 문제를 '범죄에 준하는 행위'라고 규정한 금감원장의 입장 발표는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감원이 범죄적 행위에 가깝다고 표현한 주전산기 교체 오류 문제는 완성된 시스템이 아닌 테스트 과정에서의 오류였을 뿐"이라며 "모의가상 전투에서 나온 여러 문제점들을 범죄적 행위라고 하면 저희로서는 진실을 소명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내부 감사가 주장한 중대한 하자라는 것이 금감원 발표에서는 중대한 범죄에 준하는 행위로 표현이 바뀌었다"며 "KB 그룹 전체가 범죄적 혐의가 있다는 집단으로 취급 받지 않도록 그룹 수장 입장에서는 명예회복을 하기 위해 명명백백하게 소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금감원이 중징계의 주요 사유로 지적한 인사 개입 문제에 대해서도 "황당하다"며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그룹의 경영업무관리 규정에 의하면 회장이 자회사의 본부장급 인사에 대해 사전 협의를 하도록 돼 있다"며 "지난해 말에 (이번 사태와) 관련한 인사가 있었는데 은행장 측에서 인사 협의를 공문으로 해왔고 최종적으로 은행장이 사인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회장이 인사에 개입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저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그걸 개입이라고 한다면 회장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하나도 없다"고 강변했다. 자신이 추천한 특정 인물을 은행 IT본부장으로 교체하라고 강압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내가 IT 전문가도 아닌데 그쪽 전문인력들을 어떻게 알겠느냐"며 "그런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사퇴를 발표한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해서도 "조직 내부를 분열시켰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떠난 분에 대한 얘기지만 내부 직원을 제재가 최종적으로 결정 나기도 전에 형사 고발했던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은행 주전산기 교체 문제를 최초에 지적했던 정병기 은행 감사에 대해서도 "그분은 IT 전문가도 아니다"라며 "감사의 지적 내용이 내부에서 걸러지지 않고 밖으로 나가고, 그런 부분들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그러나 금융위에서도 중징계가 결정됐을 경우의 상황에 대해서는 분명한 대답을 피했다. 그는 "금융위에서 합리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직접 나가서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현실적으로 금감원장의 중징계 결정을 다시 뒤집을 수는 없지 않겠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금감원 제재심의위도 한번도 뒤집어진 적이 없는데, 결국 다른 결과가 나왔지 않느냐"며 결과가 뒤바뀔 기대를 갖고 있다는 심경을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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