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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설계 능력 확보 반드시 넘어야할 산

선진국 기본설계에 거의 의존<br>건설·납품업체 연합 전략통해 해외건설사업 부가가치 높여야

‘건설은 기술무역 역조 산업(?)’ 지난 3일 과학기술부가 발표한 기술무역수지 자료는 건설업계를 당혹케 했다. 건설업이 2003년 기술무역부문에서 2억6,1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 국내에서 4번째로 기술 역조가 심한 산업분야로 꼽힌 것이다. 국내 건설업체 대부분이 핵심 기술을 외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음이 여실히 들어 난 순간이었다. 최근 국내 건설산업의 외형은 연간 총 매출 100조원 대까지 성장했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핵심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채 저 부가가치 산업으로 치부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건설산업을 고부가가치 업종으로 변신시키기 위한 경쟁력 제고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에 이른 것이다. ◇기본설계 능력 확보, 해결해야 할 숙제= 기본설계 능력 확보는 건설산업을 고부가가치 업종으로 업 그레이드 시키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건설공사의 설계는 전체 공사의 흐름을 개괄적으로 아우르는 기본설계와 각 공정별 세부 지침을 다루는 실시설계로 나뉘는데, 국내 건설업체 중 플랜트와 같은 고 난이도 공사의 기본설계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전무하다. 한 대형 건설사의 해외건설 담당 임원은 “국내 건설사의 입장에서는 많은 시간과 인건비를 들여 기본설계 아이템을 개발하는 것보다 발주공사 때마다 선진국의 기본설계 라이센스를 수입하는 게 더 저렴하기 때문에 설계 개발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하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 놓았다. 기본설계 능력이 없다면 해외건설시장에서 국내 건설업체들은 영원한 하청업체 수준으로 전락하게 될 뿐 아니라 막대한 부가가치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기본설계에는 건설 현장 각 부분에 어느 회사의 기계나 자재를 사용할 것인지도 담게 되는데, 기본설계 능력을 포기한다는 것은 이 같은 기ㆍ자재 구매 및 조달과정(procurement)에서 창출될 매출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김효원 해외건설협회 전무는 “요즘 해외시장에서 발주가 늘고 있는 플랜트 건설사업의 경우 기ㆍ자재 구매비용은 전체 사업비의 30% 선에 달할 정도로 높다”며“선진 건설업체들은 기본설계를 할 때 되도록 자사나 자국의 기ㆍ자재를 쓰도록 디자인해 단순 시공비 이상의 부가가치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체와 납품업체의 연합 전략 필요= 국내 건설사가 구매조달 과정에서 국내 납품업체(vendor)와 연합해 해외 발주처로 하여금 국내 기ㆍ자재를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좋은 전략으로 꼽힌다. 이렇게 되면 국내 건설사가 기본설계를 맡지 못하더라도 구매조달 과정에서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건설업체들은 이 같은 연합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해외 발주처는 그 동안 자신들과 주로 거래해 온 납품업체 리스트를 작성해 기본설계시 되도록 이들 업체의 제품을 쓰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시공사가 벤더 리스트에 없는 납품업체의 기ㆍ자재를 사용하려면 발주처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국내 납품 업체들의 경우 해외시장에서의 인지도가 낮아 벤더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구나 국내 건설업체들도 계약 기간 내에 공사를 마쳐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발주처의 승인을 일일이 기다려 가며 국내 납품 업체들의 제품 쓰기를 꺼리는 형편이다. 백영권 대한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국내의 건설사와 기ㆍ자재 납품업체가 각개 전투를 하기보다는 함께 연합해 국산 제품의 품질과 가격 우수성을 발주처에 알리는 공동 홍보전략을 통해 해외건설사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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