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잉창치배를 차지한 창하오(常昊)9단. 그에게는 오랫동안 준우승전문가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따라다녔다. 실제로 그는 최근 7년 사이에 무려 6회에 걸쳐 준우승만 했다. 세계선수권전 결승전에 진출한 것이 꼭 6회였는데 줄곧 다른 기사에게 우승컵을 진상하고 말았다. 우승컵을 차지한 기사는 모두가 한국 기사였다. 처음으로 세계 타이틀을 다툰 상대는 이창호 9단. 1998년 후지쯔배였는데 창하오는 1대0으로 패한다. 2년 후인 2000년에 그는 다시 후지쯔배 결승에 올라가지만 이번에는 이창호의 스승 조훈현에게 패하여 분루를 삼킨다. 이듬해인 2001년에는 잉창치배와 상성화재배의 결승에 올라갔으나 잉창치배에서는 이창호에게 3대1로 패하고 삼성화재배에서는 조훈현에게 2대1로 패한다. 다시 그 이듬해인 2002년에는 도요타덴소배 결승에 올라갔지만 이창호에게 1대0으로 패하여 또 준우승에 머문다. 2004년 가을 창하오는 다시 도요타덴소배와 잉창치배 결승에 오른다. 지난 1월에 열렸던 도요타덴소배 결승3번기에서 창하오는 이세돌9단에게 2대1로 패하여 준우승 기록을 1회 더 추가한다. 그리고 지난 3월5일 마침내 잉창치배에서 감격의 첫우승을 차지한다. 상대는 한국 최철한9단. 전적은 3대1. 그가 우승컵을 받던 날. 8년 연상의 아내 장쉔(張璇)8단은 남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펑펑 울었다. 창하오의 스승 녜웨이핑9단과 중국기원의 실무책임자 왕루난8단도 목이 메어 있었다. 시상식장에 서있던 중국의 기자 하나가 말했다. “이번에 이겼기 때문에 창하오가 그 동안 당했던 수많은 패배가 헛되지 않게 되었다. 창하오는 패배의 달인이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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