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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김승유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

"빈부차 해소 나서는 걸 官治라 해선 안돼"<br>'미소'는 단순사업 아닌 소외층 자활 프로젝트<br>자원봉사·자금 지원등 뜻있는 분들 참여 절실



"미소금융사업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거나 운영자금을 지원해주실 뜻 있는 분들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김승유(66)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은 25일 서울 을지로 하나금융지주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미소금융은 단순한 금융사업이 아니라 소외계층에게 자활의 의지를 북돋아주기 위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창조하는 역사적인 프로젝트"라며 "사회 복지와 금융업무가 결합된 이 사업에 열정을 가지고 참여할 분들을 모으는 게 가장 큰 당면 과제"라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이어 "미소금융을 관치금융이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계신데 중앙재단과 정부가 각 미소재단의 돈을 전혀 손 대지 않는데 무슨 관치냐"며 "만약 저 때문에 관치라는 오해를 받는다면 저는 언제든지 물러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빈부의 격차를 해소하는 데 정부가 적극 나서는 것을 관치라고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미소금융중앙재단 사업과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하나은행이 지난 2007년부터 하나희망재단을 설립해 마이크로파이낸스(무담보소액서민대출) 사업을 펼쳐온 경험이 있었고 몇 년 전부터 이런 사업에 대한 프로젝트 페이퍼를 만들어 제안했던 적이 있다 보니 제가 재단 이사장직을 맡게 된 것 같습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1만개에서 1만5,000여개에 달하는 마이크로 파이낸스 취급기관들이 설립돼 있지만 마이크파이낸스 사업을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어느 정도 충분한 규모를 갖고 있는 곳은 전세계적으로도 2%밖에 안 됩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앞장서 (충분한 재원과 체계를 가지고 서민을 도울 수 있도록) 휴면예금을 모아서 서민지원에 활용하자는 논의를 수년 전부터 시작했고 지난해 3월 휴면예금관리재단을 출범시켰던 것입니다. 미소금융중앙재단은 휴면예금관리재단을 한차원 더 발전시켜 확대 개편한 조직입니다. -중앙재단 출범 예정시기는 오는 12월입니다. 짧은 시간 내에 준비하시느라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가장 큰 애로점은 무엇 인가요. ▲가장 큰 어려움은 이 사업을 도울 열정 있는 분들을 어떻게 모으느냐 하는 것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 사업은 단순히 돈을 대출하고 회수하는 사업이 아닙니다. 돈을 빌려주고 대손율이 얼마인가를 재는 것보다도 형편이 어려워 삶의 의욕을 잃은 서민을 자활시켜주는 것이 더 중요한 프로젝트이거든요. 사회 복지와 금융이 결합된 업무인 것이지요. 따라서 단순히 서민에게 돈을 꿔주는 것이 아니고 그들을 계속 독려해 성공하도록 만들어주는 일이 더욱 중요합니다. 미소금융 사업을 하려면 그런 일을 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각각의 직원이 일주일에 한번씩 대출을 받은 서민들의 가정을 방문해야 한다면 1인당 10개 이상의 대출 업무를 감당하기가 힘듭니다. 더구나 대출사업 10건 해봐야 그 비용을 생각할 때 해당 직원을 월급 주고 고용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는 형편입니다. 그래서 자원봉사자가 필요한 것입니다. 월급을 받고 일하기보다는 열정을 갖고 사회에 봉사하겠다는 자세를 가진 분들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사업의 재원을 앞으로 10년 동안 총 2조원 규모로 모으게 됩니다만 이 정도로도 부족하진 않을까요. ▲일단은 향후 10년에 걸쳐서 2조원을 조성하게 되지만 여기에 더해서 추가로 재원을 마련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업의 취지가 좋기 때문에 스스로 여기에 참여하겠다는 기관들이 계속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이미 그런 곳이 하나 둘씩 나오고 있습니다. -사업 취지는 좋지만 정부가 나서서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관치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있는데요. ▲관치가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선 할 말이 많습니다. 이 사업은 저희가 (민간 기업 등으로부터)돈을 한꺼번에 모아 배분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각각의 기업ㆍ기관들이 각자 자기 재단을 만드는 것이고요, 저희는 그 돈을 전혀 손 대지 않아요. 그런데 여기에 무슨 관치가 있겠습니까. 우리 기업들이 매년 사회공헌에 쓰는 돈이 총 2조원 이상입니다. 미소금융사업은 그 돈을 중앙재단이 거둬들여서 직접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각 재단들의 네트워크를 연결해 정보를 주고 인력과 노하우를 지원함으로써) 그런 사업들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프로젝트입니다. 중앙재단은 이를 위해 자원봉사 인력을 모집해 교육하고 전체 네트워크를 맺어주는 것을 맡을 뿐입니다. 더구나 우리 기업들이 이미 사회공헌사업을 1조원씩, 2조원씩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 중에 일부 자금으로 미소금융사업 한다고 하면 사실은 (앞으로 10년간 국내 기업들이) 1년에 들이는 돈이 총 1,000억원이거든요. 1,000억원이면 기업들이 기왕에 벌이고 있는 사회공헌사업 총재원 2조원의 5%밖에 안 되는 겁니다. 삼성만 해도 1년에 몇 천억원씩 그런 일을 하는데 쓰는데 그 중에 몇 백억원을 미소금융으로 하자는 것이거든요. 무엇보다 빈부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는 것을 관치라고 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저 때문에 관치라는 오해를 받게 된다면 저는 언제든지 물러나겠습니다. 좋은 뜻에서 추진하는 일이 저 때문에 오해 받는다면 제가 물러나는 게 맞지요. -미소금융이란 것이 아무래도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해주는 것이므로 연체율 관리를 신경 안 쓸 수 없을 텐데요. ▲세계 각국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마이크로파이낸스의 원조가 된) 방글라데시의 그라민뱅크를 보면 오가작통법식으로 서로 보증 서는 방식으로 운용됩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그런 방식이 적용될지는 의문입니다만 전통시장에 대한 대출, 영세상인 대출은 어느 정도 비슷한 체계가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상인회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대출 이용자들이 서로 감독하고 격려하는 체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각 기업들이 별도로 미소재단을 운영하다 보면 중앙재단 역할이 유명무실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는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업의 가이드라인을 저희가 만들어야 할 것 같고 사후감독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의미로 시작한 것이 잘못 운영돼서는 안 되니까요. 큰 가이드라인은 저희가 정해서 대출금액의 한도라거나, 금리라거나 대출기간 등은 서로 협의해 표준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것들을 앞으로 (미소중앙재단과 개별 미소재단이) 협약 맺을 때 충분히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미소재단이 활성화되기 위한 제도적 문제나 보완점은 무엇인지요. ▲정말 소액을 다루는 것이라 관리비용이 많이 듭니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자원봉사라거나, 사무실 운영비라거나, 전산시스템이라거나 이런 기본 인프라를 까는 비용이 많이 듭니다. 그에 대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사무실 하나를 만드는 데도 돈이 많이 듭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협조했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취업지원센터 옆에 이런 것이 있다면 서로 윈윈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사무실을 무상으로 빌려줬으면 좋겠습니다. 또 기타 운영비용 같은 것도 저희가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뜻 있는 분들의 협조가 절실합니다. 중앙재단에서는 연수ㆍ훈련을 계속해야 하는데 연수ㆍ훈련 시설도 필요합니다. 저희 예산을 어떻게 해서든 나눠서 하겠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시민사회단체가 하는 것을 보면 정말 뜻을 가진 분들이 모여서 하거든요. 저희도 그렇게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약력 ▲1943년 충북 청주 출생 ▲1961년 경기고 ▲1965년 고려대 경영학과 ▲1971년 서던캘리포니아대 경영학 석사 ▲2006년 고대 경제학 명예박사 ▲1965년 한일은행 입행 ▲1971년 한국투자금융 입사 ▲1980년 한국투자금융 부사장 ▲1997년 하나은행장 ▲2002년 금융발전심의회의 은행분과위원 ▲2003년 이화여대 경영대 겸임교수 ▲2005년 하나금융지주 회장 ▲2009년 소액서민금융재단 이사장, 미소금융중앙재단이사장
“부딪히고 멍들어도… 사회공헌활동, 신나요”


하나고 건설현장 수시 방문
다문화 가정 돕기에도 적극


"이것 좀 보세요. 정강이가 멍 들어서 성할 날이 없었어요." 인터뷰 도중 김승유 이사장 겸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바지의 한쪽 끝을 걷어올렸다. 말끔할 줄 알았던 그의 정강이 곳곳에는 울긋불긋한 생채기가 여기 저기 나 있었다. 금융인 외길 45년. 학벌 좋고, 배경 좋고, 굴지의 금융그룹 회장까지 맡고 있는 이 노신사의 정강이가 어쩌다가 공사판 인부와 같은 처지가 됐을까. 그것은 실제로 공사판에서 생긴 상처였다. 내년 3월 서울에 처음 설립되는 자립형 사립고등학교인 '하나고' 건설현장에 수시로 드나들다 보니 건설자재 등에 걸리고 부딪혀서 생긴 흔적이었다. 하나금융지주가 설립하는 이 학교는 김 이사장이 사교육의 폐단을 막기 위해 외국의 기숙학교를 모델로 삼아 4년여 전부터 구상해온 것이다. 김 회장은 잠시 후 바짓단을 내리더니 동화책들을 보여준다. 책자에는 '엄마나라 이야기, 아빠나라 이야기'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최근 늘고 있는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문화적 정체성을 겪고 있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도서였다. 김 이사장은 요즘 사회공헌활동에 신이 나 있다. 교육 소외계층인 다문화가정의 어린이를 돕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이미 서울에 다문화학교를 만든 데 이어 올해에는 인천에도 다문화학교를 설립했다. 노인복지시설 건립과 저출산 문제 해결도 그의 관심사다. 특히 김 이사장은 10여년 전부터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보육지원 사업을 벌여왔다. 그는 "금융인으로 시작해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저만큼 사회적으로 혜택을 받은 사람이 누가 또 있겠어요. 이제는 그동안 받은 혜택을 사회에 돌려주고 싶은 것이지요"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제 기업은 자신이 소속돼 있는 사회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면 지속성장이 안 된다"면서 "사회공헌활동은 기업활동의 필수"라고 강조했다. 근래에 들어 그는 대통령의 지기라는 수식어 때문에 선행을 해도 사회적으로 오해를 받을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자신의 성공을 사회와 나눌 줄 아는 기업인이라는 것이다. 그와 같은 생각을 갖고 실천하는 기업인이 늘어난다면 기업의 성공을 질시하는 사회적 편견도 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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