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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7월 1일] 벤 버냉키 흔들기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시련을 맞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해 12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메릴린치 인수 과정에서 미국 금융당국의 과도한 개입을 둘러싼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다. 임기를 반년 정도 남겨둔 버냉키 의장은 지난 6월25일 미 의회 청문회에서 민주ㆍ공화 양당 의원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았다. 공화당 의원들은 FRB의 월권과 과도한 시장 개입을 문제삼았고 민주당은 강제로 합병을 밀어붙인 결과 메릴린치 부실을 막기 위해 추가로 공적자금이 들어갔다며 FRB가 월가에 너무 관대하다고 몰아붙였다. 앞서 켄 루이스 BoA 회장은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이 버냉키 의장의 요청으로 메릴린치 인수를 완료하지 않으면 경영진을 물갈이할 것이라고 압력을 가했다고 진술했다. FRB의 개입 논란은 의회에서 쉽게 가라앉질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회는 이달 중으로 폴슨 전 재무장관을 출석시켜 제2라운드를 벌일 태세다. 민주당 소속인 에덜프스 타운스 위윈장은 “이번 합병은 샷건웨딩(shotgun weddingㆍ강압에 의한 결혼)”이라며 “누가 총을 들이댔는지를 반드시 찾아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기실 미 금융당국이 위기 때 보이지 않는 힘을 가한 것은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멀리는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파산위기에 월가의 구제금융을 이끌어낸 것이나 한국의 외환 위기 때 단기채권 만기 연장 배후에는 FRB가 있었고 가까이는 JP모건의 베어스턴스 인수에도 관치금융이 작용했음은 익히 알려져 있다. 미 의회의 버냉키 의장 흔들기는 FRB의 권한 확대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오바마 행정부가 최근 발표한 금융감독 개혁 청사진은 FRB에 모든 금융기관에 대한 포괄적 감독권 부여를 골자로 하고 있다. 의회는 FRB가 지금도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는 마당에 더 큰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진보적 지식인들은 이런 의회의 부정적 반응의 배후에는 월가의 로비력이 작용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최악의 금융위기로 월가의 판세는 달라졌으나 월가의 무한팽창 욕구와 로비 세력에 휘둘리는 워싱턴의 정치문화는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다. 백악관은 코너에 몰린 버냉키 의장을 전폭 신뢰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백악관 주변에서는 내년 1월 로런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그의 후임으로 기용될 것이라는 루머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백악관이 그에 대해 내년 1월 이후에도 지금처럼 신임을 할 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만약 버냉키 의장이 4년 임기를 끝으로 물러난다면 이번 금융위기의 최대 희생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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