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27일 올해 새롭게 출간된 초등학교 3~4학년, 고등학교 전 학년의 검정 교과서 30종 175개 도서 가운데 171개에 대해 가격조정명령을 내렸다. 교육부는 이번 명령에서 초등학교 3~4학년 교과서는 6,891원(출판사 희망가격 평균)에서 2,399원(34.8%) 내리도록 했고 고등학교 교과서도 9,991원에서 4,431원(44.4%) 인하하도록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인정도서를 포함한 전체 고등학교 교과서의 가격은 지난해보다 20%가량 오른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5일과 19일 두 차례에 걸쳐 가격조정권고를 했으나 출판사들이 합의하지 않아 교과서 대금 정산, 전학생 학습권 보호 등을 위해 더 이상 가격 결정을 미룰 수 없어 가격조정명령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교과서업계는 이번 교육부의 가격조정명령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한국검인정교과서 특별대책위원회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는 가격조정명령으로 교과서 발행 생태계를 철저히 파괴했다"며 "더구나 스스로 추진했던 '교과서 선진화' 정책을 뒤집어 발행사들에 엄청난 피해를 안겼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교과서 선진화 정책으로 고품질의 교과서를 만들어야 하는 탓에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이 크게 올랐는데 교육부가 강제로 가격을 낮추는 바람에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는 것이다.
특대위는 "교육부는 없는 규제를 만들어 교육기업을 고사시키고 교과서 개발에 참여하는 수천 명의 일자리를 앞장서서 없애고 있다"며 "이는 규제개혁과 일자리 창출에 힘쓰는 정부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행사들은 교과서 가격이 정상화될 때까지 발행과 공급을 중단하고 가격이 하향 조정된 교과서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할 예정이다. 아울러 교육부의 가격조정명령을 중지할 가처분신청과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하기로 했다.
발행사들의 법적 대응 방침에 교육부도 물러서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은 장기화 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과서 발행자가 교과서를 적기에 공급하지 않으면 규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되고 공동행위를 하면 공정거래법에도 위배된다"에 "법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와 교과서 발행사들의 '가격전쟁'으로 학생들 가운데 일부는 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됐다. 교과서가 이미 학생들에게 배포되기는 했지만 교과서를 분실한 학생이나 전학생들은 새로 교과서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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