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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ㆍ검찰 갈등 조짐 옳지 않다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가 대기업 총수 소환으로 확대되면서 재계와 검찰간의 신경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수사를 당하는 재계에서는 총수 소환 등으로 인해 투자를 비롯한 기업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하소연하는 가운데 경제에 대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수사를 조기에 종결해 줄 것을 요망하고 있다. 반면에 검찰쪽은 기업이 깨끗해야 경제가 살아난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검찰측은 지난번 SK 비자금 수사때 SK 주가는 오히려 올랐고 주식시장 전체로 보아도 대선자금 수사 때보다 종합주가지수가 크게 올랐다는 점을 들어 수사가 경제를 위축시킨다는 주장 을 반박하고 있다.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대선자금 외에 총수들의 비자금을 이용한 편법적인 지분확대에 까지 수사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를 따질 생각은 없다. 다만 대선자금 수사과정에서 재계와 검찰이 서로 갈등 조짐으로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번 대선자금 수사가 결국 대기업 총수 소환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을 보면 차제에 기업의 불법적인 정치자금 제공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검찰측의 의지는 단호한 것으로 여겨진다. 검찰측에서도 기업이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특혜를 받는 개발연대의 정경유착 고리를 이번에는 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검찰측의 이 같은 수사방침은 당연한 것이고 기업들 역시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수사가 불법자금을 받은 쪽 보다는 제공한 기업 측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기업들이 합법이든 불법이든 자발적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난번 SK 비자금 수사 때 `정치적 보복이 두려워 돈을 주었다`는 손길승 회장의 발언대로 기업들이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근본적인 배경은 정치권력으로부터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과거 개발독재 때와 비교하면 기업활동이 많이 자유로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비현실적인 규제와 세무조사 등을 통해 권력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기업을 괴롭힐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랜 관치금융을 거치면서 기업들은 자금 줄을 좌지우지 하는 권력에 밉보이면 기업하기 어렵다는 피해의식이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정황을 감안할 때 검찰이 수사는 엄정하게 하되 가급적 정치자금 부분으로 국한해 조기에 마무리하는 운용의 묘를 살려주기를 기대한다. 재계에서도 부당한 정치자금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한번은 치러야 할 홍역이라고 생각하고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정권이 바뀔 때마다 관행처럼 되풀이되는 불법정치자금 수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상훈기자 sh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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