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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3월 28일] 의욕만 앞선 물가대책

“물가청이라도 만들어야지.” 연일 쏟아지는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에 평소 알고 지내던 관련 부처 공무원의 하소연이다. 물가안정을 위해 52개 생활필수품을 정하고 10일마다 이들 제품의 가격동향을 점검한다고 하니 일복이 터진 관련 부처 공무원 입장에서는 그런 말이 나올 만도 하다. 그래도 물가가 잡혀 서민들의 삶이 조금이나마 나아진다면 이 공무원의 말을 무시할 만하겠다. 하지만 현실과 거리가 멀거나 부작용도 우려된다. 대표적인 것이 대형마트의 석유유통시장 참여 허용이다. 업계에서는 설익은 ‘탁상공론 정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유 4사로 이뤄진 석유유통시장의 과점체제를 깨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지난 2001년 석유유통시장에 ‘복수상표표시제(폴사인제)’가 도입돼 누구나 두개 이상의 정유사 브랜드를 간판에 달고 장사를 할 수 있게 됐으며 ‘무(無)폴제’도 가능해졌다. 정유 4사의 브랜드를 달지 않고서도 석유제품을 팔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마트가 그동안 석유유통시장에 뛰어들지 않은 것은 입지조건을 제외하더라도 운송비와 저장비용 등을 감안하면 사업화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내 정유 4사의 석유제품을 모두 공급받아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반 주유소보다 4배나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여기에 서울에서는 주유소를 세울 입지를 찾기 힘든데다 주유소 설립에 따른 아파트 주민들의 반발도 우려된다. 대형마트들은 “앞으로 교외에 설립될 신규 점포에 대해 관련 시설을 갖추는 방안을 검토할 생각이지만 선결돼야 할 문제가 많다”는 반응이다. 대형마트에서 석유제품을 판매한다고 해도 당장 이뤄질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또 다른 문제는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이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우유 값을 잡으면 축산농민이, 돼지고기 값을 억누르면 양돈농가가, 대형마트가 정부의 지원으로 주유소를 내면 소형 주유소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점은 정책 추진과 물가 잡기에 앞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단기 처방식 대책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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