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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1년] 특별인터뷰 신현송 美 프린스턴대 교수

■ '금융위기 세계적 권위자'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 인터뷰<br>"버냉키, 병주고 약줬다"… 위기대처 잘했으나 거품 못막아<br>한국, 단기 외화부채 비중 낮춰 '이중 리스크' 줄여야

SetSectionName(); [글로벌 금융위기 1년] 특별인터뷰 신현송 美 프린스턴대 교수 "시장 맹신이 위기 불러… 리먼 파산 방치는 명백한 실수"통화·감독정책은 불가분 관계, 중앙銀 중심으로 일원화해야시장만능·방임주의에 뿌리 둔 주류 경제학계 흐름도 바뀔것 뉴욕=권구찬특파원 chans@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글로벌 금융위기의 뿌리는 거품을 방치한 중앙은행의 방임에 있었고 좀 더 크게 본다면 시장만능주의를 맹신한 주류 경제학의 오류였습니다.”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는 “시장방임주의ㆍ시장만능주의가 얼마나 틀렸는지를 이번 금융위기는 분명히 보여줬다”며 “이번 위기를 계기로 주류 경제학계의 자성이 일고 흐름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시장은 늘 규제를 회피하는 길을 찾기 때문에 규제와 감독 강화만으로는 재앙적 금융위기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다”며 “이에 추가해 중앙은행이 물가 및 경제 안정만 목표로 삼지 말고 적극적인 통화정책으로 과잉 유동성과 자산거품 형성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통화정책과 감독정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며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통화ㆍ감독정책을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 연준 자문위원인 그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 대해 “병 주고 약 줬다”며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위기대처는 잘 했으나 거품을 막지 못하고 방임함으로써 위기를 초래했다는 판단에서다. 신 교수는 “버냉키 의장이 이번 위기로 느낀 바가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15일 리먼브러더스 파산보호신청을 계기로 폭발한 글로벌 금융위기 1주년을 맞아 금융위기의 세계적 권위자인 신 교수에게서 위기의 원인과 대응방안ㆍ시사점 등을 들어봤다. -리먼브러더스 붕괴를 방치한 것은 정책 실수라는 지적이 많은데. ▦명백한 정책 실수라고 단정할 수 있다. 그러나 리먼 붕괴에만 집착하면 좋은 교훈을 얻지 못한다. 큰 그림에서 본다면 거품을 키운 자체가 문제였고 이것은 통화정책의 오류였다. 베어스턴스 붕괴 이후 당국이 공적자금을 확보해 적극적으로 대처했어야 하는데 6개월간 기회를 놓쳤다. 당국이 공적자금을 투입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믿고 시간을 낭비한 것이 더 큰 정책 실수였다. -재무부와 FRB는 왜 리먼의 붕괴를 방치했다고 보는가. ▦위기의 파장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3월 베어스턴스 붕괴 이후 FRB는 월가 투자은행(IB)에 감독관을 파견해 상황을 충분히 파악했고 붕괴에 따른 시장 충격도 가늠했다. 하지만 당국은 리먼이 파산하면 직접적인 거래 상대방만 손실이 있을 것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했다. 베어스턴스 구제금융 등으로 정치권의 비판을 받았던 터라 또다시 리먼을 구제하는 데 부담스러웠던 측면도 있었다. -리먼의 몰락이 없었다면 글로벌 금융위기는 없었을까. ▦리먼의 붕괴가 금융위기의 불씨가 돼 급성으로 번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해도 위기를 부를 조건들은 충분했다. 리먼이 파산하지 않았다면 패니매와 프레디맥 문제는 질질 끌었을 것이고 경기침체가 완만하게 진행되면서 미 경제는 마치 만성질환자 같았을 것이다. 그러면 위기는 오래 갔을 것이고 결국에는 어디선가 일이 터졌을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급속한 위기는 오히려 위기를 빨리 타개하는 기회가 됐다. -시스템 위기를 부를 수 있는 리먼 수준의 대형 은행들이 여럿 있다. 은행의 규모와 역할을 제한하자는 지적이 있는데. ▦이번 금융위기는 금융의 임무가 무엇인지 본질적 질문을 던졌다. 금융은 기본적으로 중개업무다. 중개를 어떻게 신속하게, 효율적으로 하느냐의 문제다. 증권화를 기반으로 하는 미국 자본시장은 제도상의 허점을 보였다. 시장의 위험을 분산하기는커녕 확산시켰고 자원을 낭비했다. 이번 위기는 모든 문제를 시장에 맡기면 된다는 시장만능주의주의ㆍ자유방임주의가 얼마나 틀렸는지를 분명히 보여줬다. -재앙적 금융위기를 어떻게 막을 수 있나. ▦시장경제만 맹신하면 위기를 더 키운다. 우선 금융감독을 철저히 해야 하고 시장의 유동성을 적절히 조절해 거품을 양산하지 말아야 한다. 당국은 호황 때 오히려 거시감독을 강화해 거품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거나 주택담보대출비율을 줄이는 등 양적 규제 장치를 가져야 하는데 문제는 시장경제는 늘 이런 규제를 우회한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바젤협약을 통해 자기자본 규정을 강화했지만 구조화투자회사인 콘듀잇과 SIV 같은 대항장치가 나와 이런 양적 규제를 피해갔다. 양적 규제만으로는 금융위기를 막을 수 없다. -그럼 대안은 무엇인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다. 양적 규제가 필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에 추가해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으로 과잉 유동성과 거품을 막는 일이 중요하다. 소비자물가가 안정돼 있더라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유동성이 과다하면 금리를 높여 자산 버블을 잡아야 한다. 미국은 그러지 못했는데 이는 주류 경제학의 영향이 크다. 중앙은행은 ‘소비자물가만 보면 된다, 실물경제를 보면 된다’ 이런 식이었다. FRB는 거품이 생기는데도 방치했다. 위기가 발생한 다음 사후대처를 잘하는 것보다 위기발생을 사전에 예방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 이번 금융위기의 가장 큰 교훈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중앙은행이 거품 붕괴를 막을 수 없다고 했는데. ▦시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준다고 믿은 시장방임주의자였기 때문이다, 버냉키 의장 역시 같은 견해를 가졌다. 그는 지난 2002~2004년 FRB 이사로 재임하면서 그린스펀의 주장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했다. 버냉키 의장이 위기대처를 잘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 그는 병 주고 약 줬다. 버냉키는 거품 형성기 때 유동성 조절에 반대했고 실물경제와 물가만 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과 통화정책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인 것 같은데. ▦그렇다. 금융위기 이전 경제학계의 주류 흐름은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기관의 분리였다. 영국 제도가 그 모델이다. 1997년 영국은 금융감독청과 영란은행으로 분리시켰다. 한국도 1998년 그랬다. 금융감독과 통화정책의 분리는 당대 경제학계의 주류 흐름을 반영한 소산이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타기팅(물가안정목표선)을 잡으면 되고 금융안정 임무는 감독기구의 몫이라는 견해다. 감독기관은 양적 규제만 하면 된다는 식이었다. 이번 위기에서 드러났듯 분리는 무리다. 두 가지는 떼려야 뗄 수 없다. 실물경제와 유동성은 한 배를 타고 있다. 금융시장 안정 역시 중앙은행의 주요 임무다. 위기를 잘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경제가 안정됐을 때, 특히 호황 때 대처를 잘해야 한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경제의 성패를 가른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주류 경제학의 흐름이 바뀌고 있는가. ▦흐름은 바뀌고 있다. 사조가 바뀌면 당대의 제도는 바뀌게 마련이다. 학문적으로 위기의 원인과 대처방안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주류의 접근방식이 바뀌면 그에 따른 제도와 기구 변화도 예상된다. 예를 들어 영국은 1997년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기관을 분리했지만 내년 선거를 앞둔 보수당은 통합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다. FRB에 시스템 위기를 부를 대형 금융기관에 대한 ‘거시감독권’을 부여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금융개혁 구상도 같은 맥락이다. ■신현송 교수는 지난 2007년 여름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금융권 부실규모를 산정한 금융위기 이론의 세계적 권위자. 미국과 영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영란은행(BOE) 자문위원을 맡는 등 통화정책 전문가로도 꼽힌다. ▲1959년생 ▲1978년 영국 이매뉴얼고교 ▲1985년 영국 옥스퍼드대 ▲1988년 옥스퍼드대 경제학박사 ▲1990~1994년, 1996~2000년 옥스퍼드대 교수 ▲2000~2005년 런던정경대 교수 ▲2006년~현재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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