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수출이 감소하고 있지만 유가급락으로 수입액이 크게 줄어든데다 환율상승으로 여행수지가 흑자전환됐고 해외에서 송금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안정된다면 내년에도 상당 규모의 흑자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자본수지에서는 은행권 해외 차입금 상환에 따른 사상 최대의 달러 유출로 ‘어닝 쇼크’를 나타냈다. ◇깜짝 실적은 유가하락과 환율상승 덕분=지난 10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49억1,000만달러로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당초 한국은행의 예상치(15억달러)보다 3배나 더 많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예상을 뛰어넘는 큰 수치”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어닝 서프라이즈의 일등공신은 유가하락이다. 수출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크게 둔화됐지만 유가하락으로 수입 하락폭이 더 컸다. 수출증가율의 경우 9월 27.7%에서 8.5%로 떨어졌지만 수입증가율은 45.8%에서 10.4%로 더 떨어졌다. 이에 따라 원유 수입액이 전월 79억5,000만달러에서 64억4,000만달러로 15억1,000만달러나 감소한 탓에 상품수지가 8억9,000만달러 적자에서 27억9,000만달러 흑자로 전환됐다. 환율상승도 경상수지 흑자에 단단히 한몫을 했다. 환율급등 여파로 여행지급은 줄고 수입은 늘어나면서 여행수지는 전월 3억9,000만달러 적자에서 5억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여행수지 흑자는 2001년 4월(3,000만달러) 이후 처음이다. 또한 원화약세로 해외 교포들의 국내 송금이 급증하면서 경상이전수지가 2,000만달러 적자에서 7억7,000만달러 흑자로 전환됐다. ◇자본수지 달러유출은 사상 최대=경상수지와 달리 자본수지 항목에서는 사상 최대의 달러유출이 발생했다. 지난달 자본수지는 255억3,000만달러 순유출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국내 은행들이 대규모로 해외 차입금을 갚았고 외국인이 국내 주식과 채권을 팔아 달러로 바꿔 나갔기 때문이다. 부문별로는 기타투자수지가 금융기관의 차입금 순상환으로 전달 15억9,000만달러 순유입에서 262억5,000만달러 순유출을 나타냈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다. 파생금융상품수지도 환율상승 등에 따른 파생금융상품 관련 지급이 늘면서 순유출 규모가 전달 27억6,000만달러에서 39억1,000만달러로 확대됐다. 두달 연속 사상 최대 행진이다. 증권투자수지의 경우 외국인들은 지난달 국내 주식에서 40억6,000만달러를, 국내 채권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인 38억8,000만달러를 빼내갔다. 그나마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 회수가 확대되면서 전월 33억5,000만달러 순유출에서 44억8,000만달러 유입으로 전환됐다. ◇내년도 경상수지 흑자기조 이어질 듯=전문가들은 유가안정이 지속된다면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4ㆍ4분기를 거쳐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출이 크게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원유 수입액 감소분이 매우 커 상품수지에서 큰 폭의 흑자가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내년 원유 도입단가를 배럴당 60달러로 계산할 경우 원유수입에서 상당 부분을 세이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원유 도입단가가 올해(100달러)보다 40달러 낮아질 경우 연간 원유수입량(9억배럴) 중 국내 수요분(6억배럴)에서 약 240억달러가 절감될 수 있다. 즉 올해 경상적자분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100억달러 이상 흑자 요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임지원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에 유가안정으로 수출보다 수입 하락폭이 크고 서비스수지 적자도 더 개선될 것”이라며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100억달러 이상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유가와 환율효과가 지속된다면 내년 경상수지는 균형 내지 흑자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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