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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동성이 풍부합니다. 이들 자금이 원금 수준의 국내 금융상품에 묶여 있기보다 해외로 나가 돈을 벌어오고 다시 그 돈이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합니다".
금융투자 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인 유상호(사진)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해외 투자 확대에 대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이자율의 예·적금 규모가 500조원 수준이다. 보험권에 묶인 자금까지 포함하면 1,0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자금이 자본 시장으로 유입돼 성과를 거두면 가계의 소득 증가와 직결될 것이라는 게 유 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 국민이 보다 풍요롭게 살기 위해서는 국가 경제가 고성장을 하든지 아니면 기존에 쌓아놓은 부를 불려나가는 방법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금리가 1%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은행 예금만으로는 될 수 없고 국내 주식만 봐서도 어렵기 때문에 더 유망하고 좋아 보이는 시장에 적절히 배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의 예를 들어 2경 가까이 되는 가계 금융자산의 3분의1가량이 지난 20년 동안 거의 이자가 없는 일본 국채와 우체국 예금에 묶여 있었고 이는 일본 정부가 막대한 부채를 버틸 수 있게 하는 근원이 됐지만 국민 개개인은 손해를 보고 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사장은 "해외 투자는 국민 개개인의 재산 형성에 도움을 주고 이를 소비로 연결해 국가 전체의 부를 늘리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지나친 '쏠림현상'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그는 "증권사가 '책임감'을 가지고 고객 성향에 맞게 제대로 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돈이 된다 싶은 상품만 판매하는 장삿속으로는 금융투자 업계가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신념이었다.
해외 투자의 큰 걸림돌이 되는 과세 문제에 대해서는 시급히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펀드는 매매차익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반면 해외 주식펀드는 매매차익과 배당 등 투자로 발생한 모든 소득에 15.4%의 세율이 적용된다. 주식의 경우도 국내는 주식을 일정 규모 이상 보유한 대주주가 지분을 양도할 때만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만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할 때는 상장이나 소액주주 여부에 관계없이 양도차익에 대해 22%(지방소득세 포함)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형편이다.
유 사장은 "업계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세미나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고 건의도 많이 하고 있다"며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 정부와 국회가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마지막으로 "해외 투자 비중이 높아질수록 증권사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고 있다"며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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