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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타살가능성 없어"… 갑작스러운 사망에 놀라움

“개인이 죽어도 집단은 죽지 않는다. 나무의 뿌리가 살아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황장엽(87) 전 북한노동당 비서가 지난달 30일 대북 단파라디오 ‘자유북한방송’의 정규 프로그램인 ‘황장엽의 민주주의 강좌’에 남긴 말이다. 황 전 비서는 가장 최근인 7일에도 북한의‘`3대 세습’을 비판하는 내용의 파일을 남겼으나 아직 공개되지는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은 죽어도 집단은 영생합니다’라는 제목의 지난달 30일 강연이 그가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긴 육성 녹음이 된 셈이다. ◇주체사상 집대성…망명 후 북한에 쓴소리= 황 씨는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당 국제담당 비서 등을 맡았던 인물이다. 1923년 평안남도에서 태어난 황 씨는 김일성 종합대학을 거쳐 1949년 모스크바종합대학에서 마르크스-레인주의 철학을 공부했고, 1954년 김일성종합대학 교수로 재직하다 김일성 사상을 주체사상으로 집대성 해 ‘주체사상의 대부’로 불린다. 1970년 당중앙위원, 1980년 당비서, 1984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1987년 사회과학자협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김정일 백두산 출생설’을 퍼뜨리는 등 김정일 후계구도 정립 과정에도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1997년 2월 김덕홍 전 북한 여광무역 사장과 함께 베이징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망명을 신청한 뒤 필리핀을 거쳐 서울에 도착했다. 남측으로 망명한 북측 인사 가운데 최고위급 인사다. 한국으로 망명한 이후 줄곧 북한에 직설적인 쓴 소리를 던지며 체제문제를 건드려 북한으로서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정부, “갑작스러운 사망에 놀랍다”= 황 씨가 타살 가능성이 없다는 경찰의 잠정 결론에 정부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황 전 비서가 혹시라도 타살됐다면 그 파장은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1년 전쯤에 강연하는 것을 들었는데, 귀가 안 좋긴 했지만 총명함을 느꼈다”며 “사망원인이 자연사라고 한다면 남북관계나 한반도 정세 등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그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북한에서 남측으로 망명한 인사 가운데 최고위급 인사고, 최근까지 대외활동을 해왔다는 점에서 황 전 비서의 사망에 더욱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의 또 다른 당국자는 “황 전 비서는 남측으로 망명한 북한의 최고위급 인사로서 북한의 생생한 현실을 증언하고, 망명 이후 북한의 변화와 통일방안에 대해 나름대로 노력했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황 전 비서는 한반도 분단의 비극을 상징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이런 점에서 망명 이후 인간적으로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측은한 마음이 든다”고 덧붙였다. ◇YS, 장례위 명예위원장 맡을 듯=황 전비서의 장례는 정부가 나서지 않고 전 정치인 및 북한인권단체 등 민간중심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황 전비서가 정부의 요직을 지낸 적이 없는데다 정부가 나서 장례를 주관할 경우 남북관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장례위원회의 명예위원장은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이 맡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이 황 전 비서와의 인연을 고려해 장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며 “박관용 전 국회의장도 장례위원장으로 장례를 주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997년 황 전 비서의 망명 당시 외교적 노력을 통해 한국행을 성사시킨 바 있으며 재임시절 황 전 비서를 부총리급으로 예우했다. 아울러 보수단체인 자유총연맹 회원들도 장례위원회에 대거 참여할 예정이며 장례위원회는 현재 5일장으로 장례를 치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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