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23일 발표한 자료는 기존의 투자 활성화 대책이 형식적일뿐더러 행정 일선에까지 말발이 먹히지 않는다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숱한 대책을 내놓아도 법령에 근거가 없는 숨은 규제가 남아 있는데다 후속조치마저 미흡하다 보니 기업들로서는 선뜻 투자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니 2013년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400여건의 투자 활성화 과제를 발표하고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열어도 현장의 만족도가 개선되지 않는 것이다. 청와대가 푸드트럭을 풀어준다고 자랑했지만 지방에는 관련 매뉴얼조차 가지 않고 신규 허가를 요청해도 깔아뭉개는 공무원이 수두룩한 게 현실이다. 심지어 외국인의 기간통신 투자완화처럼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에 올라가 있는데도 새로운 것인 양 발표하는 전시행정마저 판친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작금의 경제위기를 돌파하자면 투자 활성화가 첩경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투자 활성화는 청와대 회의나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이뤄지지 않는다. 일선 공무원이 움직이도록 끊임없이 채근하고 격려해야 가능한 법이다. 감사원 지적대로 투자에 소극적인 공무원에게는 비리행위에 준하는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마땅한 일이다. 부처 간에도 원활한 정보공유를 통해 행정력이 낭비되는 폐단을 없애야 한다. 일본 정부는 최근 암반규제(고치기 힘든 규제) 개선이 성과를 냈다며 의료·관광산업에 초점을 맞춘 신성장 전략까지 가동하고 있다. 투자 활성화는 일본처럼 특정 부처가 아니라 범정부 차원에서 끈기 있게 밀어붙여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총리실은 이제라도 명실상부한 컨트롤타워를 맡아 기업 투자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앞장서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