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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10월 8일] 반칙에 길들여진 사회
입력2010-10-07 16:20:59
수정
2010.10.07 16:20:59
반칙이 넘친다. 유명 사립초등학교에 뒷돈 주고 입학하고, 고액과외로 성적 올리고, 군(軍)에 가서는 '꽃 보직'을 맡았다가 직장은 불법취업으로 얻는다. 다운계약서로 세금을 줄이고 공돈은 뇌물이라도 사양하지 않는다.
학교와 군, 취업과 재산형성에 이르는 생애 전과정에서 반칙이 큰 거부감 없이 일상화돼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남들보다 앞서고 이겨야 한다는 승리지상주의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입학·취업등 불공평한 세상
아이들은 일찌감치 반칙의 위력을 배운다. 많은 학부모들이 공짜로 갈 수 있는 공립학교보다 수업료를 연간 수백만원이나 내야 하는 사립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낸다. 좀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기를 원하는 부모 마음을 탓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반칙을 쓰면 안 된다.
서울의 한 유명 사립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의 욕심을 이용해 학생당 1,000만원이라는 거액을 받고 아이들을 정원 외로 입학시키는 '입학장사'를 하다 적발됐다. 이런 반칙을 쓴 학교가 이 학교만은 아닐 것이다. 소문에는 입학조건으로 스쿨버스 한대 값을 요구하는 학교도 있다고 한다.
중학교부터는 반칙 수위가 더욱 높아진다. 좋은 학군으로 위장 전입하는 것은 기본이고 고액과외도 빠뜨릴 수 없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과학고나 외고에 다니는 학생 10명 가운데 6명은 사교육 없이 특목고에 입학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사교육비와 성적이 비례한다는 말이다. 200만원짜리 방학 한달 특강, 20만원짜리 연휴특강 등 고액과외가 끊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반드시 가야 하는 군대에도 반칙이 횡행한다.
가수 MC몽은 군에 가지 않기 위해 생니를 뽑았다가 법정에 서게 됐다. 반칙 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병역면제 과정이 석연하지 않은 것은 틀림없다. 군대 '꽃 보직'에 유난히 장군의 아들이 많은 것은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한 결과라고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요즘 젊은이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취업에도 반칙이 난무한다.
대졸자 절반이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고 그나마 취업을 한 학생 3명 가운데 1명은 비정규직에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고위공직자의 자녀들은 쉽게 공무원이 됐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혜채용 문제는 이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이어 광역 및 기초단체 등 지방정부 공무원 불법 특채로 확산되고 있다.
서민들은 다락같이 값이 오른 배추를 조금이라도 싸게 사기 위해 5시간이나 줄을 선다. 그래서 손에 쥔 배추 3포기를 들고 로또라도 당첨된 것처럼 환호한다. 돈으로 따지면 1만원 남짓 이익을 본 것이다.
하지만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내정자는 빌라를 매입한 뒤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간단하게 1,000만원이 넘는 세금을 탈루했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사건청탁 대가로 수천만원짜리 대형 승용차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리됐다.
정직한 사람이 손해보지 않아야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불공평한 세상과 마주한다. 어떤 아이는 주위의 축복 속에 첫울음을 울고 어떤 아이는 주위의 울음 속에 힘들게 세상으로 나온다. 어떤 아이는 1㎏밖에 안 되는 몸으로, 다른 아이는 4㎏이 넘는 상태에서 첫 출발을 한다. 남들과 달리 무엇인가 부족하거나 또는 넘치는 아이도 있다.
요즘에는 '부모가 반팔자'라는 말이 유행이다. 부모의 재력에 따라 아이의 학교성적이 결정되고 이는 학력과 직장의 격차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반칙의 유혹을 받을 때가 많다. 반칙은 좀더 유리한 조건에서 경쟁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떨치기 어려운 마약과 같다. 더욱이 반칙에 길들여진 사회에서 반칙을 하지 않고 살기는 어렵다.
하지만 반칙은 또 다른 반칙을 낳고 결국에는 사회기반을 무너뜨린다. 정직하게 사는 사람들이 손해 보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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